오성진 | 카카오 브런치 파트장


브런치는 스낵 콘텐츠의 시대에 긴 글 포맷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며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브런치의 리딩 기획자인 오성진 파트장을 2019 서울 국제 도서전 브런치 부스에서 만났다. 브런치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고자 하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하고 계신 일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카카오에서 브런치를 만들고 있는 오성진입니다. 10년 차 기획자고요. 그 10년 중 5년을 브런치와 함께 하고 있어요. 브런치 서비스의 시작을 함께 한 멤버입니다. 


브런치라는 서비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저는 다음의 카페/블로그팀 소속 기획자였는데, 회사에서 블로그의 넥스트 모델에 대해서 큰 방향을 잡고 있었어요.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저와 UX 디자이너, 이렇게 두 명이 시작했어요. 그게 지금의 브런치가 된 거죠.


이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다음 공채로 카페/블로그 기획팀에 입사하여 쭉 일했어요. 처음엔 다음 카페 서비스를 담당했습니다. 카페 앱을 유지 보수하고, 카페 앱 2.0 프로젝트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블로그로 넘어오면서 넥스트 모델에 대한 기획 리더를 맡게 되었습니다. 


다음 카페팀에 계실 때 재미있는 경험도 많으셨겠어요.

카페팀에 있다가 블로그 팀으로 갈 때 마지막으로 다음 카페 15주년 프로모션을 맡았어요. 저는 곧 떠날 사람이니 시원하게 지르고 옮겼죠. (웃음) ‘치킨 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이라는 것을 했는데, 치킨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주면 유저에게 카페 팀원들이 직접 치킨 배달을 가는 것이었어요. 동아리, 소방서 등 다양한 곳에서 신청이 왔는데, 특이하게 네이버 카페팀에서도 신청했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네이버 사옥도 가 봤어요.


원래부터 카페나 블로그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대학생 때 영국 프리미어리그 관련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했었어요. 박지성 선수를 너무 좋아해서, 소속팀 맨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썼었죠. 그때 꿈이 영국에 가서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보는 거였는데, 스포츠 토토에서 스토리 공모전 형태로 박지성 선수 경기 관람을 상품으로 걸고 이벤트를 하더라고요. 꽤 높은 경쟁률이었는데, 저도 다녀오게 됐어요. 블로그 덕분에 뽑혔던 것 같아요. 다녀오니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블로그라는 것이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주는구나 싶었죠. 처음엔 축구만 다루다가 점차 주제가 많아지고, 싸이월드 TOP 100 블로그 리스트에 올라가기도 했어요. 


블로그가 가져다준 다른 기회들이 있나요?

다양한 기업에서 대학생 마케터로 활동할 수 있었어요. 해외 IT 전시회에 참여했고, 포털 회사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도 있었죠. 그리고 기업 블로그를 직접 운영해 보는 경험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점점 블로그 자체를 좋아하는 블로거가 되어 갔던 것 같아요. 다음에서 일하게 된 것도 블로그 운영 경험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고요.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서비스 기획자의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어떤 과정에서였나요?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블로그라는 서비스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기업 블로그 운영을 할 때, 그 블로그에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운영했었어요. 처음으로 기획 비슷한 일을 해 본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 기획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 일은 또 그 일이 주는 재미가 있었어요. 공채는 부서를 선택해서 진행하지는 않는데 다행히 제 소개서나 이력서가 워낙 블로그 쪽에 맞춰져 있어서 팀 배정을 잘 받았죠.

처음 브런치를 기획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이 있나요?

당시 국내에는 피키캐스트, 해외에서는 버즈피드가 각광받을 때였어요. 콘텐츠 플랫폼 대세는 완전히 스낵 콘텐츠 쪽으로 기울고 있던 때였고요. 그런데 저는 내일 혹은 1년 후에 다시 읽어도 좋은 글이 가치 있는 때가 올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기존 블로그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만 콘텐츠는 조금 대세에 반하게 가더라도 디자인 트렌드는 최대한 당시의 최신 트렌드를 적용하려고 했고 플랫폼 완성도는 아주 높은 수준을 추구했어요. 프로토타입이 나온 걸 보고는 다들 좋다고 해 주었고 승인도 바로 진행됐어요.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다 넣으면서도 가장 간결한 모습을 추구하려고 했죠.


브런치는 초기에 나왔을 때부터 눈에 띄는 서비스였던 것 같은데요. 초기에 잘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작가들이 여기서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런칭 전에 온라인에서 글 쓰는 분들의 패턴을 분석했어요. 총 7가지 정도로 나왔어요. 그 7가지 그룹 중 브런치로 꼭 모셔오고 싶은 그룹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어요. 잡지사 에디터, 블로거, 여행 에세이 출판 경험자, 스타트업 CEO 등이었죠. 저는 사실 일전에 블로그를 하면서 글 쓰는 것이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때가 많았는데, 이분들은 오히려 글 쓰는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었어요. 스트레스를 글 쓰면서 풀기도 하는 사람들이요. 이 분들이 스트레스받는 건 글 올릴 때 예쁘게 보이도록 꾸며야 하는 부분에서였어요. 이들이 글만 잘 쓰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죠. 의견을 많이 듣고 반영하고 런칭해서 그런지 초기에 원하던 작가들이 많이 유입됐던 것 같아요.


최근 들어 파트장님께서 강연도 많이 하시고,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참여하시고 오프라인 이벤트를 부쩍 많이 하시는 느낌입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이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브런치를 알려야 할 때다’라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브런치를 알고 계신 분들은 정말 좋아해 주시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브런치 작가분들이 자랑스럽게 ‘브런치 작가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브런치가 뭐예요?'가 아니라 ‘진짜? 멋있어요!’라는 반응이 나오게 만들고 싶어요. 넷플릭스, 29CM 등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도 코엑스 C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다양한 강연에 나서서 브런치를 알리고, 서울국제도서전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브런치는 향후 어떤 그림을 그리면서 나아갈까요?

브런치의 존재 이유로 저희가 써 붙여둔 문장이 있어요. “작가가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상에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도록 기여한다.”라는 문장이에요. 작가가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려면 결국 수익모델이 중요해요. 작가의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중요한 어젠다죠. 시도도 몇 번 해 봤어요. 펀딩, 메이커스 예약판매, 출간 작가의 콘텐츠에 선물하기 기능도 붙여봤고요. 최근에는 작가들과 논의하면서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니즈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건 온라인 플랫폼 팀인 저희보다 이미 잘하고 있는 플레이어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 싶어서 트레바리, 문토와 협업을 시작했어요. 여전히 전업 작가들의 경우는 목마름이 있고, 저희는 브런치스러운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어요. 


브런치는 기본적으로 작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독자를 모으기 위한 계획도 들어보고 싶어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하완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게 필요한 건 조회 수가 아니라 내 글을 끝까지 읽어주고 공감해 줄 사람들이었습니다."

브런치는 그 글이 필요한 독자에게 전달되길 바라고 있어요. 브런치 독자 개개인에게 취향에 맞는 글을 예측하고 추천할 수 있다면, 독자풀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좋은 콘텐츠 추천을 위해서 6월에 '카카오 아레나'라는 머신러닝 대회를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아직까지도 붙어 있는 베타(beta) 마크가 궁금합니다. 언제까지 베타인건가요? (웃음)

베타는 사실 뗐어야 하는 시기를 놓친 게 맞아요. 이미 4년이 됐고, 이번에 도서전도 참여했고요. (웃음) 이왕 이렇게 된 거 특별한 의미를 담아서 떼고 싶어졌어요. 블로그와의 구분이 더 명확해지는 지점을 찾으면 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작가님들의 목소리와 행동에서 방향을 찾았어요. 키워드는 ‘완성’이에요. 브런치 작가님들은 충분히 한 편의 작품을 기획하고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모델이에요. 이 모델이 서비스에 적용되는 시점에 베타가 사라질 거예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실패했던 경험도 있으신가요?

다음 카페 팀에서 일을 할 때, 카페의 넥스트 모델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어요.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잘 안 됐죠. 제게는 그래도 의미가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기획을 A부터 Z까지 해볼 수 있었어요. 브런치를 기획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됐죠. 그때는 그런 경험을 가진 기획자가 많지 않았거든요.


기획자라는 직무는 잘 맞다고 느끼시나요?

답하기 조심스러운 게, 기획 분야에 대해 한 번 깊게 고민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고 아직 못했어요. 저는 계속 조직 변동 없이 카페와 블로그 언저리에서만 일했는데, 사내에서도 굉장히 드문 경우예요. 비교를 해 보면 알 수 있는 것도 있는데, 이 일밖에 안 해봤어요. 아직은 만족도도 높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파트장님께 일이란 무엇인가요?

질문이 어려운데요. (웃음) 단순히 월급이나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브런치팀 내부에서 공유하는 일하는 방식 중에 ‘우리의 일로 누군가의 삶이 변화합니다'라는 항목이 있어요. 가끔 작가님들 중에 브런치 덕에 본인의 꿈이 이뤄졌다고 하시며 감사 메시지를 보내주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 엄청난 희열을 느껴요. 그 희열이 매번 지치는 업무에서 다시금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브런치는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데 아주 미약하게나마 일조를 한다는 실감을 주어서 저에게는 매력적인 서비스예요. 제가 존재하는 이유와 삶의 원동력의 첫 번째가 가족이라면 두 번째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일하는 오성진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을 골라주신다면요.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라는 책이요. 처음에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왜 만들어야 하나, 브런치는 왜 존재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줬어요. TED 강연 영상도 너무 감명 깊게 봤고요. 그 덕분에 브런치가 왜 있어야 하는지, 작가들이 왜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하는지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이 책을 사무실과 집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주 생각해요.


Editor 김와이 황단단   |  Photo 강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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