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결이라는 결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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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 | 사단법인 점프 매니저


김결은 오랜 세월 야구라는 삶을 살았다. 그런 야구를 그만하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사단법인 점프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지금 점프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점프의 정부협력팀에서 경기도와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어요. 지금은 경기도민을 강사로 교육하고 양성해 경기도 내 학습센터 아동/청소년들과 매칭시켜 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 점프에 입사는 언제 하셨어요?

17년 9월에 했으니까, 1년 반 정도 되었네요.


- 지금 일은 어떠신가요?

‘일’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요소보다는 즐겁지 않은 요소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즐겁지 않은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가 중요한데, 저는 3가지로 봐요. 회사의 비전, 같이 일하는 사람들, 처우. 셋 중에 두 개 정도만 만족스러우면 일할 수 있어요. 점프에서는 이 요소들이 골고루 잘 채워져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 야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야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4학년 겨울에 시작했어요. 그 때 저희 동네(방이동)에서는 야구가 핫했어요. 친구들이랑 모여서 동네야구를 거의 매일 했어요. 실제 야구장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테니스공과 방망이 정도는 갖추고 했죠. 

그리고 아버지도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는 사회인야구 감독도 하셨고요. 그 영향도 많이 받았죠. 그러다 어머니 친구분의 아들이 야구를 정식으로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머니께서 제가 야구를 워낙 좋아하는 걸 아니까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셨고, 그렇게 시작했죠.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했어야 했는데. (웃음)


- 기숙사 생활을 하셨나요?

지역마다 조금 다른데,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집에서 다녔어요. 대학 가서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했어요.


- 그럼 등하교 시간이 다른 학생들과 달랐겠어요.

등교는 똑같이 했어요. 그리고 제가 다녔던 중학교는 6교시 수업도 다 들었어요. 보통은 3교시까지만 듣는 경우가 많은데, 좀 달랐죠. 연습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야간까지 했어요. 야간 연습까지 하고 집에 가면 보통 10시 정도였던 것 같아요. 주말에도 토요일은 연습하고 일요일만 쉬었어요. 우리나라는 운동 시작하면 무조건 ‘프로’를 바라봐야 하는 시스템이어서, 개인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 후회를 하신 적도 있을 것 같은데.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초등학교 때 시작하고 딱 일주일 정도 됐을 때였어요. 너무 많이 뛰었어요. 동네에선 순전히 재미로 했었는데. 아, 그만할까?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죠. (웃음)  두 번째는 대학교 3학년 때요. 처음으로 부모님께 그만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항상 주전으로 뛰다가, 그 무렵에 주전으로 뛰지도 못하고 내가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도 잘 안 되고. 


- 그래도 대학까지는 쭉 하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했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계속 선발로 뛰니까, 내가 그래도 좀 하나보다 싶고 재미도 있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구체적으로 ‘프로’라는 유일한 목표가 생기기도 했고요. 확실한 목표와 확실한 내 자리(주전멤버)가 있었죠.


- 일찍부터 주전이 아닌 친구들도 많았죠?

많죠. 그 중에는 일찍부터 코치나 부모님과 상담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도 있고, 지금까지 한 게 너무 아쉬워서 계속 매달리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 하루하루 일어나서 무슨 생각하셨어요?

진짜 너무 힘들고 어려우면, 저희는 ‘그냥 한다’고 하거든요. 일과는 너무 루틴하니까. 6시 반 기상해서 밥 먹고 운동하고 나면 밤 9시가 넘어요. 그럼 잠깐 쉬고 11시 쯤 자서 다시 반복. 저학년들은 그 시간에 빨래나 청소도 해야되고요.

무슨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프로’를 목표로 하는거니까, 그냥 해야 되는 것들을 한거죠. 


- 포지션이?

외야수였어요. 


- 야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홈런을 친 순간이요. 야구하는 사람들끼리, 담장 넘어갈 정도로 정타로 공이 방망이에 맞으면, 순간 손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정말 딱 그 느낌이었어요.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 그만하겠다고 완전히 결심한건 언제였나요?

제가 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가서 학비를 면제 받았는데, 야구부를 그만두면 그 혜택도 없어지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우선 대학교 졸업까지는 계속해야 했고, 졸업 후에도 바로 그만둔 것은 아니에요. 일본과 미국의 독립리그에 도전했었어요. 여기서 잘 하면 프로의 기회가 한 번 더 있거든요. 일본까지 직접 가서 독립리그 테스틀 보기도 했고,  최종적으로는 한국인들끼리 팀을 꾸려서 미국 독립리그에 가려던 프로젝트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서 잘 안되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5살이었죠.


- 그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굉장히 아쉽기도 하고, 한 편으론 시원하기도 했어요. 해볼 수 있는 거는 다 해봤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 그만하기로 결심한 다음 날, 기억이 나시나요?

네, 나요. 나는 뭘 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어요. 14년 동안 야구만 했는데, 그 외에는 꾸준히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 고등학교 이후로는 수업은 거의 못 들었겠어요.

고등학교 때는 3교시까지 듣는데, 거의 자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을 하고, 아침 일찍 등교를 하니까요. 대학교 때는 계절학기로 몰아서 듣게 해 주는데, 실질적으로 많은 걸 배우기는 어려워요.


- 진로 관련해서는 어떤 준비를 시작하셨나요?

거의 바로 군입대였어요. 25살 4월에 그만두고 11월에 군대를 갔으니까요. 그 때 너무 감사하게도 KOICA에서 캄보디아 야구 코치를 뽑았어요. 2년 2개월 동안 야구와 체육을 전달하고 왔어요.


- 외국에 체류하신 건 처음이시죠?

네, 장기로 체류한 건 처음이었어요. 예전에는 해외에 6개월 산다고 하면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직접 살아보니까 2년도 너무 짧았어요. 스치듯 지나가더라고요. 


- 느낀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개발도상국도 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그 안에도 빈부격차는 크구나 많이 느꼈어요.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살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그래도 좀 잘하고, 그 일에 흥미를 느끼는구나 알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그림을 희미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음식은 잘 맞았나요?

네, 고수 빼고는 괜찮습니다. (웃음) 쌀국수를 많이 먹었어요.


- 2년을 살아도 고수는 난이도가 있군요. (웃음)

먹긴 먹는데, 굳이 찾지는 않아요.


- 전역후에 구체적인 방향은 어떻게 잡으셨어요?

2주 정도 한국에 휴가를 와서 기사를 봤어요. 월 25만원이 없어서 미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였어요. 나는 도전을 해 보고 포기했지만, 실력과 무관하게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친구들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전역하고 ‘교육, 스포츠, 사회적기업’ 이 세 가지 키워드로 검색을 많이 했어요. 2014년만 해도 별로 검색에 뜨는 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 때 점프도 알게 되었구요.


- 바로 점프에서 일을 시작하셨나요?

휴브라는,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에 있었어요. 그러다 임팩트 커리어를 알게 되고, 기회가 되어 점프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 야구 관련 진로는 생각 안 하셨어요?

코치나 트레이너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가장 흔하게 선택하는 길인데, 뚜렷한 목표는 없었지만,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야구를 오래 하다가 일을 시작해서 갖게 된 특징이 있나요?

늘 짜여진 시간과 계획 속에 살다 보니까, 그렇지 않으면 조금 불안하고 불편해요. 좋은 점도 있지만, 어떨 땐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도 없진 않은 것 같아요. 좋은 팀원들과 일하고 있어서 다행이죠.


- 5년 후엔 뭘 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으세요?

저는 원래 먼 미래의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그냥 하루를 충실하게 살고자 하는 스타일이라. 그래도 그냥 상상을 펼치자면 작은 책방을 열고 있다면 좋겠네요. 사람들이 와서 소모임도 하고요. 방문한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처방처럼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 사적인 서점이랑 비슷한 컨셉이네요.

아, 역시 비슷한 걸 누군가 하고 있군요. 늘 제가  생각한 건 누가 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인상깊은 책은 뭔가요?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책이에요. 성실하다는 것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정말 일에 도움이 되려면 제대로 성실해야 한다는 내용이 와 닿았어요. 제대로 성실하려면 계속해서 깨어 있고,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그래야 유의미한 성실함이라는 이야기에요.

-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틀이 있다면?

‘왜?’와 ‘다르게’인 것 같아요. 점프 직전에 다닌 휴브라는 회사에서 늘 어떤 문제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처음엔 일들을 치고 나가기도 바쁜데 왜 자꾸 물어보나 싶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왜 하는지 생각해야 기계적으로 하는 걸 피할 수 있고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다르게 더 잘 해볼 수 있을 지도  고민하게 되고요.


- 야구할 때 적용했다면 좀 달랐을까요?

네, 달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시간을 보냈어요. [1만 시간의 법칙]에 나오는 것처럼 의식적인 노력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면, 달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배포까지 있었다면 정말 더. 저는 삼진 당하거나 하면 꽤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그런데 어떤 프로 선수는, 삼진을 당해도 웃으며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일희일비 하지 않는거죠.


- 운동만 바라보다 그만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전공보다는 경험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아마 지금 엄청나게 힘들거에요. 밥을 먹고 살 수 있을지 생존에 대한 고민도 앞설거고요.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해 보면 좋겠어요. 하루 종일 운동을 하던 관성은 있으니까, 알바나 생계유지를 하고도 시간을 더 내서 무언가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모임을 가 보거나, 책을 보거나, 어떻게든 여행을 가 보거나. 그 동안 한 가지만 깊게 보고 살았으니까, 의식적으로 삶을 넓혀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뜻 밖의 좋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고요.



Editor 김와이 황단단  |  Photo 이형우

점프는 저소득층 및 이주배경 청소년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미래 청년인재를 양성하여 나눔과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jumps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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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Hey Listen. | letter@heygr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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