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빠르고, 깊이있게

소희준 | 북저널리즘 에디터


콘텐츠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겠지만, 특히 콘텐츠는 안정기라는 것이 딱히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눈에 띄는 콘텐츠 서비스나 브랜드가 새로 등장할 때면 늘 반갑다. 지난 주 정기 구독 서비스 ‘북저널리즘 Prime’을 론칭한 북저널리즘의 소희준 에디터를 종로에서 만났다.


지금 하고 계신 일 간단하게 소개 부탁 드려요.

젊은 혁신가를 위한 콘텐츠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북저널리즘에서 콘텐츠 기획과 편집을 하고 있어요.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주제들을 발굴하고 좋은 저자들을 찾아서 콘텐츠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요.


커뮤니티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가는데요. 북저널리즘이 추구하는 커뮤니티는 어떤 커뮤니티일까요?

독자들과 함께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추구해요. 북저널리즘과 독자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서요. 저희 내부적으로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젊은 혁신가들을 연결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그 연결이 만들어내는 담론들 사이에서 성장이 생겨난다고 믿어요.


북저널리즘에는 어떻게 합류하셨어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었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시의성이 있으면서도 유행은 아닌, 시간이 지나도 소비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죠. 그러다 친구를 통해 <연애 정경>이라는 책을 알게 되고 북저널리즘이라는 스타트업도 알게 됐죠. 꾸준히 관심있게 보다가 입사로까지 이어졌어요.


에디터님이 기획하신 <가족 구조조정의 시대> 콘텐츠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해볼게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낮은 출산율이나 비혼 증가 등의 뉴스나 분석은 자주 보여요. 그리고 그 원인으로 젊은 층의 경제적 안정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죠. 그런데 그냥 경제적인 원인이라고만 하기에는 무언가 명쾌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어요. 사회구조적으로 더 본질적인 접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찾다 보니 장경섭 교수님께서 ‘가족 자유주의'라는 주제를 오래 연구해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본질에 가까운 분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의 논문을 읽으면서 제가 독자로서 공감을 했고, 북저널리즘 독자들도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사회가 만들어진 방식이 가족 단위 위에 있다는 뜻인가요?

네, 우리 사회의 기본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것이고, 사회가 잘 돌아가기 위한 많은 의무들을 가족 단위에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가족 내에서 자신의 주어진 역할에 맞게 그 의무들을 수행하게끔 해서 사회를 유지하는 방식이죠.


저자 섭외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북저널리즘에 대해 설명을 드리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취지에 공감도 많이 해 주셨고요. 학계 안에서만 오가는 이야기들을 대중들에게도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교수님이세요. 다행히 초기보다 섭외는 점점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북저널리즘을 아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좀 더 근원적인 접근에 대한 시원함과 동시에 너무 뿌리 깊은 원인에 대한 절망감도 들었어요. 저자와 전망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나요?

물론 전망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원인의 구조적인 복잡성에 더 초점을 맞추었어요. 저출산에 대한 우려와 정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차원적인 접근이 많잖아요. 저자는 일단 이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근원적인지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인거죠. 그래야 더 깊은 논의가 가능하고, 그로부터 현실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한국은 특히 정상가족이라는 환상의 폭력이 크다고 느껴요. <가족 구조조정의 시대>를 진행하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의 변화가 있었나요?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이해가 한층 넓어진 느낌이에요. 보통은 한국의 가족 갈등도, ‘유교문화 때문이다' 이렇게 쉽게 단정짓는 경우도 많잖아요. 이제는 그런 문제를 보면, 결국 가족에게 부과된 의무, 특히 역할별로 주어진 의무들을 생각해보게 돼요. 그 자리 중 하나가 비면 가족 전체에 부과된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무언가 잘못됐다'라는 사회적 평가를 받게 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좀 더 개인이 개인으로서 인정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개인들이 모여서 이루는 가족이 더 좋은 팀이 아닐까 해요.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주 1회 아이템회의를 해요. 아이템을 선정하고 저자를 선정하고요. 저자가 콘텐츠 작성을 하기 전에 함께 목차를 만들어요. 목차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기도 하고, 저자가 먼저 제안을 주면 피드백을 거쳐 수정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저자가 글을 쓰면 글에 대한 수정이 오가고 최종 완성이 되죠.


편집의견을 주려면, 다양한 주제의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담당 콘텐츠의 분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영역은 저자가 담당해요. 저는 에디터가 첫 번째 독자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북저널리즘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에 대한 의견을 많이 주는 편이죠.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보통 저희와 작업하는 저자들은 논문을 쓰거나 실무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대중적인 글쓰기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서로 보완을 하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확인하세요?

북클럽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독자 미팅을 자주 하려고 해요. 모임에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도 듣고, 독자들끼리 서로 해당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도 귀담아 들으려고 해요. 아쉽게도 <가족 구조조정의 시대> 때는 북클럽을 진행하지는 않을 때라 독자 반응을 많이 듣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주변에서는, 평소 가족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는 평들이 있었어요.

콘텐츠와 저널리즘 사이에서의 정체성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둘을 구분지어서 보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널리즘도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쪽이죠. 그리고 콘텐츠는 서비스여야 한다고 믿고요. 콘텐츠로서의 저널리즘, 서비스로서의 콘텐츠를 지향해요. 기존 영역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지점에 북저널리즘이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믿고요.


기획하신 콘텐츠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나요?

물론 <가족 구조조정의 시대>도 재밌었고요. (웃음) 제가 기획한 것 중 처음으로 종이책으로 나온 <유튜버의 일>이 기억에 남아요. 내용도 재밌었고, 첫 책작업도 재밌었어요.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책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추가 작업들이 많겠어요.

인쇄가 된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일이더라고요. 교정도 더 꼼꼼하게 보고, 온라인 서점 MD들과 미팅도 해요. 북토크 행사도 기획하고 참석하고요. 편집의 영역과 마케팅의 영역 모두를 경험하게 돼요. 


인터뷰 하는 오늘(5월 17일), 구독 서비스 ‘북저널리즘 PRIME’을 오픈했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꽤 오랫동안 준비한 정기구독 서비스에요. 월 일정액을 내면 북저널리즘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거죠. 기존에는 독자들이 각각의 콘텐츠를 구매하는 경험을 했는데, 이제는 북저널리즘 자체를 구매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건데요. 저희 입장에서 독자 접점이 훨씬 직접적이고 넓어진 느낌이라,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해요.


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멤버들의 특별혜택도 있나요?

정기구독 멤버만 볼 수 있는 전용 콘텐츠 두 가지가 곧 공개돼요. 하나는 <뉴 룰즈>인데,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가이드를 담고자 해요. 일하는 여성들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여성 롤모델을 발굴하고 인터뷰해서 담는 시리즈 기획이에요. 다른 하나는 <스타트업 플레이북>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유치나 채용처럼 스타트업들이 봉착하게 되는 하나하나의 문제들을 해결한 실제 사례들을 심층취재해서 모아보려고 해요. 

지식 컨시어지 서비스도 오픈할 예정이에요. 멤버가 웹에서 채팅으로 지식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이야기하면, 다양한 콘텐츠들을 큐레이션 해주어 지적 성장을 돕고자 해요.

업무량이 많아 보이는데요. 에너지는 어떻게 유지하세요?

서비스가 아직 빠르게 성장중이다 보니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해요. 일이 많아도 대부분의 작업들이 ‘함께 만드는 서비스'라는 큰 틀 안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아직은 업무량에 대한 생각이 잘 들지는 않아요. 그래도 계속해서 소소하게 리프레시를 하게 해주는건 커피에요. 커피를 좋아하는데 다양한 드립백 커피를 사서 회사에서 내려먹기도 하고,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서 가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 자주 가는 카페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서촌에 있는 ‘노멀사이클코페’요. 커피 작업실 컨셉인데요. 운영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그날 그날 인스타그램에 운영시간을 올리는 곳이에요. 날마다 다른 원두를 볶는데, 커피가 진짜 맛있어요. 보통 커피 맛 설명해 놓은 것 보면 공감 안가는 곳이 많은데, 여긴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져요.


지금 작업 중인 콘텐츠 중 가장 기대되는 콘텐츠의 키워드만 살짝 알려주세요.

소비자요! (웃음) 


기대할게요. 취직이나 이직을 준비 중인 분들께 한마디 남겨주세요.

선택지를 너무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커리어 선택을 5지선다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서술형으로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엔 너무 다양한 일들이 있고, 회사마다 같은 일도 다 다르게 하잖아요. 시간을 갖고 원하는 바를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소희준은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루는 콘텐츠 서비스 북저널리즘의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가족 구조조정의 시대>를 포함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편집했다.

Editor 김와이 황단단  |  Photo 강희주 http://nevertheless.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