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평범함 속에서 나다움을 찾는 일

김치호 | 볼드저널 발행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자, 나답게 그리고 우리 가족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볼드저널’을 만드는 볼드피리어드의 김치호 대표를 만났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 볼드피리어드가 입주를 하고 어떻게 헤이그라운드다움을 함께 만들어갈지 더욱 기대가 된다.

지금 하고 계신 일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4년 전 볼드피리어드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볼드저널을 발행하고 있어요. 이를 지속하기 위해 브랜드 컨설팅도 하고요. 그 안에서 제 역할은 크리에이티브나 물성적인 면에서 잔소리를 하고(웃음), 어떻게 비즈니스를 지속해 갈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일이에요.


볼드저널을 만들기 이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JOH라는 회사에서 매거진 B의 아트 디렉터와 브랜드 디렉터로 일을 했어요. 지금 하는 일과 거의 비슷하죠. 그러다 1년을 쉬고, 지금의 볼드저널을 만들었어요.


그 때의 경험이 매거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주었겠군요.

그런 것 같아요. 매거진이 제공하는 이미지와 역할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볼드저널이 표방하는 주제의 매거진을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지 않을까 했죠. 


매거진이 주는 이미지와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결국 많은 매거진들이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죠. 우리가 생각할 때 좀 더 삶을 잘 사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어떤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젠다를 풀어서 제시하기도 하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다양한 존재가 있지만, 매거진의 경우는 그 자체가 비주얼적으로 매력적이면서 트렌드에 맞아야 대중들이 선호하고 브랜드도 공고해진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서 전달할 때에 영향력이 커지고, 이것이 매거진이 가진 힘인 것 같아요.


매거진 B에 계실 때와 결국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굳이 독립해서 다른 매체를 통해 비슷한 일을 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볼드저널을 만들게 된 이유와 관련이 깊은데요. 디자이너는 대표적으로 밤낮없이 일하는 직종이잖아요. 결혼하고 아이를 갖기 전까지만 해도 그 생활이 저에겐 너무 당연한 거였어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당연히 집에서 해야 될 일도 늘어 아내와 합리적으로 분담을 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저는 계속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요. 아이가 네 살 쯤 됐을 때 어쩌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아이가 저를 어색해하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다들 정말 그냥 이렇게 사는건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결국 우선 한 번 멈춰가기로 결심을 했죠. 그러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저 뿐만은 아니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들을 그대로 담아도 하나의 매력적인 주제를 가진 잡지가 되겠다 싶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볼드저널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발행한 각 호 중에서 개인적으로 애정하시는 호가 있나요?

남자들이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겪는 큰 심적인 변화를 다룬 ‘사춘기' 호도 생각이 나고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호도 생각이 나요. 단순히 어떤 아파트에서 살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가족이 어떤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으로 살 것인가를 먼저 정의하고 거기에 맞는 집과 지역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그리고 젠더를 다룬 호도 있었는데, 그 때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이르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즈음 미투 운동이 시작됐고, 거기에 반응하는 사회를 보면서 그 때 그 이슈를 다루고 제가 그 내용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독자들 반응도 좋아서 품절됐어요.


초반에 인터뷰도 직접 하셨나요?

그러지 못했어요. 열심히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발행인의 글을 그동안 써왔는데 13호 ‘주말의 발견’ 편부터 그 역할을 넘겨주었어요. 대신에 대안 교육을 주제로 하는 다음 호에서는 직접 한 명이라도 인터뷰를 해보겠다고 제안했는데 에디터들에게 거절 당했어요.(웃음)


볼드저널에서 정의하는 ‘모던 파더’는 어떤 것인가요?

사실 처음에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는데요, 이 시대에 아버지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그 상을 찾게 된 것 같아요. 남의 눈치를 보고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나답게 사는 삶, 그리고 나답게 사는 게 뭔지 고민하는 삶.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들, 동료들, 친구들과 공감하며 같이 가는 태도를 가진 분들을 만나면서 모던 파더란 이런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잡지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들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을 해오셨는지요?

초반에는 그렇게 깊게까지는 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더 나은 가족의 삶이나 상을 제시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그럼에도 저희가 정상가족만을 다뤄온 것은 아니에요. 재혼 가정이나 편부모 가정도 있었고요. 저희가 보여주는 가족의 이미지들 속에서 정상가족의 모습을 독자들이 더 많이 감지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창간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때 에디터들과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했어요. 독자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가족의 형태도 더 다양하게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실 ‘아버지의 역할'이라는 것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걸 꼭 남자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여자가 할 수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할 수도 있죠. 가정의 방향성과 가족다움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시간과 신경을 쏟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의 ‘모던파더'를 얘기하고 있는 거고요. 저희가 젠더를 다뤘기 때문에 진보적인 성향의 잡지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희는 진보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 가깝죠. 가족이나 아버지의 역할 등을 중심에 두고 있으니까요. 다만 저희는 합리적이면서 편견없이 균형 잡힌 잡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에는 모던 파더라는 하나의 상을 잡으셨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전히 하나의 레퍼런스 같은 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게 ‘정상가족’의 형태는 아닐 수 있는 것 같아요. 결국에는 가족 구성원이 중요한 것이고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우리 가족다움을 추구하며 가고 있다면 그게 모던 패밀리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헤이그라운드 2호점, 서울숲점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입주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기대감이 커요. 저희와 같이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팀들이 많이 있을 거잖아요. 그런 공통점이 있는 팀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가 되고요, 이런 팀들을 헤이그라운드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결심하게 되기도 했죠. 그리고 볼드저널을 기반으로 한 교육 워크샵을 개발 중이에요. 9월 28일부터 파일럿으로 진행할 계획인데 헤이그라운드 공간을 잘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워크샵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5주간 나다움, 가족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어요. 나를 찾아가고 나와 일의 관계, 부부간의 관계를 다루고 더 나아가서 각 가족만의 매니페스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겁니다. 


교육 워크샵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배경은 뭘까요?

매거진은 불특정 다수가 보고 독자가 어느 정도로 내용을 습득하고 인지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잖아요. 또 아버지들이 잘 안 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만나서 얘기하고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엇보다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 그래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나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가 다를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나를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하는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고 발견하는 과정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대표님이 볼드저널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변한 부분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친구들에게 이렇게 살아도 되는 지 질문을 했다면 지금은 그렇게 살지 말 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것? (웃음) 사실 볼드피리어드가 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지속해 가는 걸 보면서 주위에서는 제 진정성을 많이 봐 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 기사에 ‘승진을 못하더라도 육아에 시간을 쓰겠다'라고 대답한 아빠들이 50%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처음 볼드저널을 시작할 때는 그 수치가 처참했어요. 근 3-4년 사이에 꽤 많이 변한 것을 보며, 저의 변화 뿐만 아니라 볼드저널이 사회에 기여한 변화가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일할 때 꼭 지키는 대표님만의 신념이 있나요?

시간을 많이 안 쓰려고 노력해요.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해야만 가능한 일이거든요. 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이 필요하고요. 일을 잘 해야 쉼도 누릴 수 있는 것 같아서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해요. 아직 부족하지만 일을 잘 시키려고도 노력을 하고 있고요.


대표님에게 특별히 영향을 준 책이 있나요?

지금 JOH에서 나온 <JOBS -EDITOR>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에디터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일해야 하는 지를 여러가지 레이어로 얘기하고 있어요. 에디터와 크레이터가 비슷한 지점들이 있어 일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볼드저널은 어떤 사람과 일하길 원하나요?

일반 가족분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할 때 평범함 속에서 이야기를 잘 끌어내는 분, 잘 듣고 잘 풀어낼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당연히 다른 회사처럼 책임감 있고 시간 잘 지키는 것, 이런 기본적인 것들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웃음) 취미, 관심 때문에 시작해서 낭패 보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잡지 시장에서 많이들 폐간하는 상황이다보니 다르게 접근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잡지업이 광고업이었는데 잡지가 광고의 기능을 못하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잡지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가능하다고 봐요. 지속가능한 대책 없이 섣불리 시작하지 말고 전략을 충분히 고민한 후에 몸을 던지라고 하고 싶어요.


Editor 황단단 김와이 | Photo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