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일

노유진 | 위커넥트 디렉터 |


지금 하고 계신 일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위커넥트라는 회사에서 채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경력을 보유하신 여성분들 중 일을 쉬고 계신 분들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미션인 조직이에요. 채용 업무는 크게 채용 플랫폼 운영과 채용 컨설팅 서비스로 나뉘어요. 스타트업에서 경력직을 채용할 때 후보자들을 찾아 연결해 주는 일이 주된 업무예요. 사람 만나는 일이 가장 많고, 사람들 만난 결과에 대한 문서 작업을 많이 해요.


위커넥트는 유연하게 일한다고 들었어요.

저는 서울에는 일주일 중 3일만 출근해요. 집이 세종시거든요. 그래서 사람들 만나는 일은 월화수에 몰아서 하고 서류 작업을 목금에 세종시에서 하고 있어요.
현재 직원이 5명인데, 대부분 유연하게 일해요. 3명은 원격근무를 적극적으로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로 출근해요. 플랫폼 운영 매니저님은 원래 주말부부를 하시다가 아이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대전으로 가셔서 월요일만 사무실 출근을 하시는데요. 세종과 대전이 가까워서 목금 중에 하루는 둘이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온전히 혼자 일하는 건 조금 허하기도 하고 해서. (웃음) 처음엔 서로의 집을 오가며 했는데 이젠 일하기 좋은 카페를 5곳 정도 뚫어 두었어요.


재택근무도 자주 하실 텐데 집에서 일은 잘 되시나요?

작년에 처음에 시작할 땐 집에서는 일이 잘 안돼서 꼭 카페를 찾았어요. 1년 정도 하다 보니까 집에서 하는 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집에서 할 땐 일 시작하기 전에 꼭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해요. 모드를 구분하는 구분점 같은 느낌으로.


위커넥트 합류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조직인 아쇼카 한국의 첫 직원으로 일했어요. 아쇼카 한국이 출범한 지 5년 정도 됐고, 지원을 받는 아쇼카 펠로우가 13명 정도 되는데요. 그중 11명의 선발에 참여했어요. 선발 단계에서 지원자들의 지원서류를 준비해서 아쇼카 이사회의 선발단계를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주로 했어요.


커리어 시작부터 소셜 섹터셨군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2010년에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어요. 그런데 여러 수업에서 꼭 한 번은 소셜 밸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서플라이 체인 관리 (SCM) 수업에서도 케이스 스터디로 아프리카에 물품 보급 사례를 다루고요.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교수님께 어떻게 추가로 더 알아볼 수 있을지 문의했더니 아쇼카를 알려 주셔서 그때 알게 됐죠.
시간이 좀 지나고 아쇼카 본사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려고 지원을 했었는데, 마침 아쇼카가 한국 지사를 준비하던 때였어요. 타이밍이 잘 맞아서 아쇼카 한국 첫 인턴으로 시작해서 일하게 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애리조나 주립대가 아쇼카가 선정한 체인지메이커 캠퍼스더라고요.


아쇼카 키드 같은 느낌이네요. (웃음)

아쇼카 덕후죠. (웃음)


결혼하면서 퇴사를 하신 건가요?

네, 결혼이 크게 작용했죠. 원래는 세종에서 일을 찾으려고 했어요. 아쇼카 때 하던 일들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는데, 너무 계속 같은 일을 하니까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그때 아쇼카 청년 체인지메이커 한국 대표단으로 선발되어서 알게 된 김미진 대표(위커넥트 대표)에게 연락이 왔어요. 한 달에 한 번은 서울에 와서 북클럽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북클럽은 이미 위커넥트의 파일럿 같은 개념이었어요. (웃음) 


북클럽이라고 했지만, 공동 창업 제안을 염두에 두셨던 거군요.

아마 큰 그림을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두 번째 북클럽 마치고 위커넥트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도 하셨고요. 그때 받은 손수 적은 카드도 기억이 나요.
제안을 받고 두 달은 고민했어요. 내가 정말 위커넥트의 미션에 공감하는지, 그리고 제가 그 안에서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죠. 세종에 있는 기혼 여성분들 중에 저처럼 커리어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멋진 성취는 아니더라도, 그저 먼저 길을 뚫고 가 보는 사례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죠. 어떤 하나의 선택지를 증명해 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선택지를 만드는 일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함께 하기로 결정했어요.


임팩트 커리어 W라는 프로그램을 루트임팩트와 함께 하고 계신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임팩트 커리어 W는 경력 보유 여성들을 위한 채용 플랫폼인데요. 루트임팩트에서 기획할 때부터 다양한 소셜 벤처들과의 협업 구조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종의 클러스터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이해했고, 그 취지에 공감해서 같이 하게 됐어요. 크게 채용 - 교육 - 커뮤니티 운영으로 이뤄지는데 저희는 채용을 담당하고 있죠. 후보자 모집과 채용사와의 연결을 돕는 일을 해요.


임팩트커리어 W를 함께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나요?

임팩트커리어 W를 통해 입사하신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 듣는 일이 많은데요. 한 분의 이야기는 아니고 들려주신 이야기를 좀 종합해 보면요. 본인들이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서 임팩트 커리어 W가 기업들 입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일종의 연대감이 있는 거죠. 우리가 잘해야 계속해서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다른 기회가 돌아가지 않겠나 하고요. 결국 저희가 하는 일은 레퍼런스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또 좀 재밌다고 느끼는 건, 출산 후에 임팩트커리어라는 단어에 반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를 낳고 나니, 앞으로 아이가 커 갈 세상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경력보유 여성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너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편으로는 “유연한 근무 형태 = 여성만의 근무 스타일”로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공감해요. 저희 팀원 중에 아이를 키우는 분이 있는데, 본인은 유연하게 일을 하다 보니 육아나 가사를 본인이 전부 하는 것을 남편이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일이 오히려 부부 사이에 한쪽에만 육아나 가사를 몰아주는 것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부모를 막론하고 양육자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요. 그러려면 조직들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위커넥트는 우선 채용 쪽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 해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고, 추후에 점차 다른 영역들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경력보유 여성들을 많이 만나시는데, 그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기 힘들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뭘까요?

해야지 하면서 계속 유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의 삶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봐요. 아이에게 이슈가 언제든 갑자기 생길 수 있고,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고요. 그럴 때 책임감의 대상을 온전히 엄마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있고요. 엄마들 입장에선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없으니 미래를 계획하기가 어려운 거죠. 1년 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금 어떤 결정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지금 한국에선, 그 불확실성이 특별히 더 여성에게 몰려 있는 것 같네요. 그걸 부부가 함께 나눠 갖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어야겠어요.

네, 그런 인식 개선도 중요해요. 그리고 일의 형태나 조직 문화 자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측면도 있고요. 할 거면 아예 푹 빠져서 하거나 안 할 거면 아예 그만두라는 식으로요.


요즘 가장 고민하고 계신 포인트가 있다면요?

임팩트 커리어 W만 해도 여러 조직들이 함께 협업으로 만들어가는 구조잖아요. 저희 위커넥트는 어떻게 저희 조직을 넘어서서 임팩트를 구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아요. 저희를 통해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72명이 채용됐는데요.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아직 사회적으로 시스템이나 노하우들이 쌓이지 않은 상태다 보니 저희 혼자 끌고 가기보다는 여럿이 힘을 모아서 임팩트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늘 하루하루 돌아가는 업무를 감당하다 보면 이런 고민들은 자꾸 조금씩 밀리는 것 같아요. 요즘 프리랜서 조합이 있는 것처럼, 퍼플 컬러들(유연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커요.


일할 때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이나 신념이 있나요?

제가 해 오고 있는 일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보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쇼카에서는 아쇼카 펠로우 지원자들을 이해해야 했고, 지금은 경력보유 여성들을 이해해야 하고요. 절대 한 면만 보고 어떤 사람에 대해 속단하지 않으려고 해요. 채용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에 ‘난 5분만 보면 어떤 사람인지 다 안다’고 자평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태생적으로 그런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늘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가급적이면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합니다. 그분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요즘은 뭐에 관심이 많은지 알면 같은 말을 주고받더라도 좀 더 폭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위커넥트의 경우에는 아무거나 본 걸 올리는 슬랙 방도 따로 있는데요. 그 사람이 어떤 것을 보고 있는지 아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일의 의미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나요?

아쇼카 퇴사하고 한창 고민 많을 때 읽은 책인데요. [마스터리의 법칙]이라는 책이에요. 요약하면 무엇이든 마스터를 하기 위해서는 도제 기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고요. 그 도제 기간이 꼭 일에서만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와요. 각자의 관심사에 따른 다양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무언가의 경지에 이른다는 거죠. 내가 지금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최종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읽혀서 좋았어요. 이번에 하는 한 번의 결정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낀 거죠. 여전히 나는 학습하고 성장하는 긴 여정의 한 지점에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요.


일을 다시 시작하기 망설이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망설이지 말고 위커넥트를 찾아주세요? (웃음) 농담이고요.
육아를 하시거나 하고 나서 망설이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저희가 항상 이야기하는 사례가 있어요. 이탈리아의 한 스타트업인데, 육아 휴직자들(부모 모두)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예요. 이 회사에서 주장하는 건 아이를 키우면서 길러지는 소프트 스킬들이 있고, 이 능력들이 일터에서 잘 쓰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이 회사는 대기업과 협업도 하고 있고,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이 회사의 온라인 클래스를 듣고 있어요. 인상 깊은 사례죠. 육아 휴직 기간이라는 것이 절대 커리어에서 완전한 공백의 시기는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장이라는 관점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으니 한 번 스스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고요. 저희는 그걸 강점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은 팀이에요. 그러니 망설이지 마시고 위커넥트를 찾아 주세요. 이번엔 진담입니다!


Editor 김와이 황단단 | Photo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