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를 필요로 하는 일

오수진 | 펫시민 대표 |


지금 하고 계신 일 간단히 소개 부탁 드려요.

펫시민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가족들이 특히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많은데요. 외출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이동하기에 불편할 때도 많고 같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펫시민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 반려가족에게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이루어 지는 건가요?

기존에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 대상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요. 최근들어 사료 용품 시장 병원 시설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시장의 외형 규모는 커졌는데, 교육적인 측면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어요. 이 때문에 반려가족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개선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고요. 그래서 이제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교육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진행하시나요?

저희가 최근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펫시민워크’라는 프로그램인데요. 도심에서 반려가족들이 그룹으로 반려견과 함께 참여하는 실습형 산책교육 프로그램입니다. 4주 간 주 1회 씩 훈련사와 함께 서울숲 등의 산책로 현장에서 교육을 받으며 반려견을 동반하여 산책 실습을 하는 거예요. 강아지를 훈련소에 보내서 훈련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도심에서 찾기는 의외로 어려운데요. 교육에 참여하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니 점점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반려동물과 산책한 경험이 없는 분들은 산책이 굉장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산책 교육이 꼭 필요한가요?

지난해 서울시에서 반려견 물림사고가 2천여건 보고되었다고 해요. 현실에서는 그보다 수십배 많은 사고들이 벌어지고 있겠죠. 반려인구는 급증하고, 이들에게 산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이제 어딜가나 거리에 반려견이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반려견의 짖음이나 공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거리를 산책하다 생기는 사고들이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죠. 주택 안에서도 반려견의 문제행동은 이웃과의 갈등을 만들고요. 반려인구 급증으로 생겨나는 이런 새로운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점점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은 깊어질 수 밖에 없어요.
또 보호자 입장에서 반려견과의 산책에서 힘든 경험을 하면 점점 산책을 줄이게 되고, 에너지를 밖에서 발산하지 못하는 반려견이 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다 파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겨요. 그만큼 반려견들의 올바른 산책은 그 가족에게나 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고 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이 필요해요. 그런데 훈련소들은 대체로 교외에 있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펫시민은 이를 보완해 도심에서 반려가족들이 좋은 훈련사로부터 실용적인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반려가족들이 많아지면서 교육 콘텐츠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펫시민은 오프라인 콘텐츠에 집중하고 계신데, 온라인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당분간 오프라인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이미 유튜브나 교육방송에서 반려견 관련 콘텐츠는 제공되고 있는데요, 반려견들도 워낙 개체차가 있다 보니 영상만 봐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요. 저희가 하는 교육에 참여하는 분들은 유튜브나 티비 프로그램을 보며 따라해봤지만 개선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에요. 반려가족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는 일단은 오프라인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펫시민을 시작한지 4년 정도 되었죠? 그 전에도 반려동물과 관련된 일들을 하셨나요? 

원래는 반려동물과 전혀 상관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4-5년 전에 친구를 통해 우연히 강아지를 키우게 됐는데 그 아이를 만난 후 갑자기 서울에 사는 게 너무 힘들고 팍팍한 거예요. 눈치 볼일도 많아지고 어딜 가는것도 힘들어지고. 이게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에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는 공간들을 하나둘씩 공유하면서 펫시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만해도 비즈니스를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죠.


그렇다면 원래는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시작하셨다가 지금은 전업으로 하고 계시는 건데요. 전업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일년 전 쯤 제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 저희 강아지가 줄 풀린 다른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를 겪었어요. 작은 강아지와 도시를 걷는 단순한 일이 왜 이렇게 위험해야 하는 것인가 다시 질문하게 됐어요. 이 역시도 돌아보니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고요.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도 없어 보였어요. 그러다 보니, 나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풀어봐야겠다 생각했죠.
광고홍보회사에서 일하면서 밤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펫시민을 운영했었는데, 어느순간이 되고보니 채널에 연계된 반려가족이 3만명이 넘고, 펫시민리포터만 전국에 700분 가량이 활동하게 되고, 교육 참여 가족이 1천가구가 넘어섰어요. 병행하기 어려운 순간이 온거죠. 고민을 꽤 했는데 펫시민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다른 것보다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았고, 적지 않은 반려가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니까요. 이건 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이라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당장은 내 생활이 불안해지더라도, 지금은 이걸 해봐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펫시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한 지 일 년 정도 됐을 때 펫시민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됐어요. 언젠가 우리 사회에 이 개념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 개념이 필요한 날이 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때 상표 등록을 해버렸어요.(웃음)
‘펫’보다는 반려동물이란 개념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전달력이 낮아져서 ‘펫’이라고 쓰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동물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에요. 도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인 반려동물,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그리고 더 나아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비반려인 모두가 시민사회 안에서 조화롭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들이 필요할까요?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대표님께서 생각하기에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요?

열린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그때부터는 평생 노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열린 마음으로 이 아이와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보셨으면 좋겠고, 나만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키우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시길 바라요. 키우지 않는 분들도 열린 마음으로 반려가족들을 대해주시면 좋겠어요. 


비반려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캠페인 같은 것도 진행하시나요?

비반려인들이 교육에 시간을 쓰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데 간접적으로 그분들의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어요. 오픈된 공간에서 훈련함으로써 그분들에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긍정적인 광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또 다른 예로, 반려견들이 문제없이 평화롭게 공간을 향유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반려동물 출입 없이 공간을 운영했던 사장님들도 생각을 바꿔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드릴 수도 있어요. 앞으로는 지금은 비반려인이지만 미래의 반려가족이 될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 찾아가는 교육을 하는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고, 특히 요즘 아파트 커뮤니티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들간에 갈등이 많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이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 예정이구요.


반려인들이 모이는 경험이 커뮤니티로 확장되는 가능성도 보실 것 같아요.

강동구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반려동물을 통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 제대로 경험하고 있어요. 모두 하는 일도 제각각이고 라이프스타일도 다른데 일순간 돈독해지고 끈끈해지더라고요. 좋은 가능성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지자체와 펫티켓 산책 교육 사업을 해보니 꼬마 아이가 엄마랑 참여하기도 하고, 노부부가 강아지를 데려오기도 해요. 이렇게 다양한 이웃들이 반려동물을 통해 소통하고 친해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한국의 도시에는 점점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지만 반려인들의 모임이 하나의 대안적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보면 반려동물이 갈 수 있는 곳들이 아주 서서히 늘어가는 것 같고, 또 한 쪽에선 노키즈존 역시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에는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의견들을 보면서, ‘그럼 반려동물은?’ 이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둘 사이에 다른 점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다른 점은 기본값이 무엇이냐는 것이겠죠. 아이들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곳을 갈 수 있는데 못 가는 곳들이 생기는 것이고, 반려동물의 경우는 그 반대니까요.
그런데 두 사안 모두, ‘키즈’라는 말로 모든 아이들 전체를 재단하고, ‘펫’이라는 말로 모든 반려동물을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요. 아이들마다도 각자의 개인성이 있고, 반려동물도 마찬가지고요.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 집단을 마치 하나의 동질한 집단처럼 보고 그 모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좋은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키즈’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네거티브 잖아요, 네거티브는 쉽게 네거티브한 감정을 자극하는것 같아요 ‘노키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그래서가 아닐까요. 반대로 ‘펫프렌들리’는 그러한 타깃을 불러들이고 그런 공간을 환영하는 목소리를 낳고 있는것 같아요. 공간을 이용하는 가족들이 펫티켓을 잘 지키면서 공간을 보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문화는 당분간 계속 확산될 수 있을것 같아요. 펫시민도 계속해서 ‘펫프렌들리’한 공간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그 공간에서의 긍정적인 경험들을 전달하고 확산시키는데 주력할거고요.


일을 하면서 대표님이 꼭 지키는 신념이 있나요?

갈등을 해결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좋아하고 지향해요. 반려동물 때문에 사회에 갈등이 생기고 특정 집단이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을 때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에게 올바른 방향일지 찾는 것이 저의 성향인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반려동물 동반 공간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모든 가족들이 자기 동네에 자기 가족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내 집앞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장님이 있는 그 카페나 식당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없다면 동네 가게 사장님과의 관계형성을 통해 그런 공간을 새로 만들어보는 경험도 좋아요. 요즘은 펫프렌들리로 바꾸면서 매출이 올랐다는 가게도 많거든요. 반려가족에겐 동네에 제 2의 공간이 생기고, 사장님은 매출이 오르고, 펫시민에는 더 많은 공간이 소개되고 반려가족들이 어딜가나 배리어 없이 향유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웃음)


Editor 황단단 김와이 | Photo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