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왜 청소년들은 시키는대로만 해야 하나요?

김형진 | 루트임팩트 Learn팀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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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루트임팩트 교육사업을 맡고 있는 김형진님

"내게도 고등학생 딸이 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유보한 채 오직 긴 터널의 출구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이 밑도 끝도 없는 게임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 중

 2013년 대입시험에 35명 전원을 대학에 합격시키며 순창의 기적이라고 불린 옥천 인재숙이라는 곳에 대해 쓴 취재 기사를 책에 실으며 권석천 기자가 덧붙인 말입니다. 옥천 인재숙은 순창군의 중3부터 고3 중 상위 20% 성적 우수자를 추려 별도의 집중교육을 시키는 곳인데요. 시간표가 매우 엄격합니다. 고2-고3의 경우 늦게는 새벽 2시까지 자율학습을 진행한다고 해요. 군민들의 세금으로 성적 우수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적극 찬성하는 데모도 하며 결국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2013년 기사의 내용입니다. 최근에 검색하니 인재숙의 불공정 입학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는군요.)

기사에 나오는 모든 이의 생각이 다 이해가 됩니다. 인구 감소를 막으려는 군청, 인재숙이 절실한 부모들, 그 안에서 잠과 싸우며 견디는 아이들. 구조가 이미 왜곡되어 있으니 어느 한 쪽이 풀어갈 수 있는 종류의 문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바라건대, '질문을 유보한 채 달리는' 것이 관성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성이란 것이 생각보다 무섭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 멈추고 질문해 보는 시간을 좀 더 이른 나이에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고, 많이 후회하거든요. 

이번 주 Hey Listen에서는 루트임팩트 LEARN팀을 총괄하는 김형진님을 만나 그가 어떤 문제를 왜 바라보게 되었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하고 계신 일 간단히 소개 부탁 드려요.

루트임팩트에서 LEARN팀 총괄을 맡고 있어요. LEARN팀은 '체인지메이커 커리어의 출발지'라는 정체성을 지향하는 팀이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제 막 커리어 고민을 시작하는 청년들 대상의 임팩트 베이스캠프와 임팩트 커리어Y, 경력 보유 여성 대상의 임팩트 커리어W가 있어요. 더하여 올해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새로 열려고 준비중이기도 하고요.커리어의 각 단계에 있는 분들께 체인지메이커 커리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팀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커리어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들을 합니다.


체인지메이커 커리어라고 하면 무엇을 의미하나요?


(목소리로 듣기) 우선 체인지메이커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데요. 세상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발견하고, 순응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체인지메이커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 그 마음을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과 삶으로 연결하는 분들의 커리어가 체인지메이커 커리어인 거죠. 여기서 커리어란 꼭 ‘직업’만을 말하는 건 아니고, 일과 삶의 모든 활동이 체인지메이커라는 하나의 줄기로 연결된다면 그게 곧 커리어라고 생각해요.

 

팀 이름이 LEARN입니다. 교육 분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교육에 대한 관심은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겼나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성당에서 중고등부 주일 교사로 오래 활동했어요. 활동 처음부터 관심이 컸던 것은 아니고요. 중간에 잠시 교사 활동을 쉬었을 때가 있었는데, 쉬면서 교사 활동을 했던 경험이 자주 생각나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시작한 거니까 사실 학생들이라는 생각보다는 친한 동생들이라는 생각이 처음엔 강했는데요. 시간이 좀 흘러 복귀해보니 그들이 정말 '학생들, 청소년들'이라는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요. 그들이 저를 선생님으로 좋아해주고, 저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어요. 그들에게 문제나 고민이 생길 때, 잘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청소년들의 삶은 어떻던가요?

특별하게 문제가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행복하지 않아 보였어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나름 수월하게 지나 온 기간을 그다지 수월하지 않게 지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구조라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형진님께서 주목하셨던 문제는 무엇인가요?


(목소리로 듣기) 학생들에게 주체적인 상호작용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교육은 저에게 무언가가 주입되는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주입이 수많은 과정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 혹은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견해 나가는 것이라고 보는데, 그 과정이 교육이어야 한다고 믿어요. 그런데 상호작용을 하려면, 참여자 모두가 상호작용의 주체로서의 힘을 갖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흔히 교육 현장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그런 상호작용의 힘이나 위치가 주어지지 않아요. 제가 중고등학생일 때를 떠올려 보면, 어떠한 힘도 없이 그저 시키는대로 했어야 했어요. 물론 개개인마다 선호하는 상호작용의 방식은 다를 텐데요,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이 스스로 더 선호하는 방식의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최근에 훌륭한 선생님들도 많고 혁신 사례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으로 집중되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개개인에 적합한 방식을 고려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사가 되셨어요. 첫 진로는 어떻게 선택했나요?

고등학교 전반기까지는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범대 역사교육 쪽으로 진학하려고 했는데요. 부모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말리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떤 전공을 할 지 고민을 했고, 중고등학교 때 했던 적성검사 결과를 참고했어요. 흔치 않을 것 같은데 저는 항상 적성에 회계사가 나왔었거든요. (웃음) 정확히 뭘 하는 직업인지는 몰랐는데 관심은 있었어요. 회계사를 하는데는 경영학과가 가장 적합하다고 해서 경영학과로 선택했죠. 그래서 회계사 시험도 빠르게 준비를 시작했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그렇게 어려웠어요. 반면에 여러 등장인물을 리스트로 정리하는 것은 좋아했어요. 이런 성향이 회계사가 하는 일과도 닿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학년 때 미리 2학년 회계 수업을 들어보니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웃음) 그래도 재미가 있고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계사 시험을 보고 회계법인에 입사했죠.

 

회계사도 잘 맞으셨을 것 같은데, 커리어를 전환하셨어요. 중간에는 대안학교에서 일하는 것도 고려하셨었다고요.


(목소리로 듣기) 성당 활동을 통해서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관련해서 공부도 해 보고 고민도 해 봤어요. 그러면서 더 깊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당에서는 결국 일주일에 하루밖에 못 만나는 거잖아요. 더 길게 만나고 싶고 이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러려면 현장을 알아야 할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미래를 다시 그려보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보면 좀 순진한 생각이기도 했죠. 아무것도 모르고 미션 하나만 가지고 나온 결론이니까요. 주변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 보니 쉽게 포기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결국 루트임팩트 파이낸스 매니저로 입사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두 번째 회사는 일반 기업의 재경팀에서 일했는데요. 업무의 성격이나 조직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제가 만족감을 많이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죠.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됐어요. 대안학교 교사 외에 다른 가능성들을 많이 검토했는데, 정말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소셜 임팩트, 체인지메이커 같은 단어들도 전혀 몰랐고요. 그저 일에서 가치를 느끼고 싶다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루트임팩트를 알게 됐고,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이 회사에서라면 적어도 일의 의미 차원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루트임팩트가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재적인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요. (웃음)

 

과거의 형진님처럼 지금 체인지메이커 커리어의 출발지 근처에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한 마디 해 주신다면요?

여러분 뭘 고민하고 계시나요?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잘 몰라서 고민일 것이고, 그에 앞서 일단 내가 지금 어디 있는건지, 여기가 제대로된 출발지인지, 아니면 전혀 엉뚱한 곳에 와있는지, 잃어버린 길을 찾을 수는 있는건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중요한건, 목적지가 어디든 출발은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여기서 출발하면, 그게 제대로된 출발지입니다. 체인지메이커 커리어라는건 결국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인데요. 변화는 한순간에 짠! 하고 나타나는게 아니라, 여기에서 저기까지 천천히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여기가 없으면 저기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한발 떼면, 처음엔 헤매더라도 점점 어디로 가야할지가 눈에 들어오고, 어떻게 가야할지 길이 보이기 시작할 거에요. 그리고 옆에서 같이 가는 이들 때문에 점점 밝아질 겁니다. 우린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하겠지만, 출발하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이미 체인지메이커 커리어의 출발지에 선 동료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용기를 내서 한발만 떼 보세요!



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스튜디오, 형진님 제공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