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베이비박스,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요?

김윤지 | 사단법인 비투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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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김윤지님

요즘들어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자주 생각합니다. 제가 콘텐츠 창작자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라 그런가 싶습니다. 저에게 별로 없어서 좀 아쉽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당연한 말이지만,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질문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그렇게 쌓인 것들이 그들 고유의 텍스트가 되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거겠죠. 

이번 주 Hey Listen에서는 베이비박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단법인 비투비의 김윤지님을 만났습니다. 윤지님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스토리텔러’라고 하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 도전 중인 베이비박스 문제에서도, 직접 현장에서 이면을 목격한 것이 큰 동기가 되었다고 해요. 

Hey Listen 김윤지님편, 많이 읽고 들어주세요!



사단법인 비투비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어떤 회사인가요?

베이비박스 문제에 대해 알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팀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법인이에요. 아기를 키우는 모든 부모를 위한 사회자원이 흐르는 통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비투비로 지었어요. 부모 to 부모, 베이비 to 베이비, 박스 to 박스. 한글과 혼합해서 생각하면 다 붙일 수 있는 이름이죠. (웃음)


베이비박스가 뭔가요?

소위 말해 “원치 않은”, “버려지는” 아이들이 들어오는 상자예요.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운영중이고요. 한국에서는 관악구의 주사랑공동체에서 2009년에 처음 교회 벽 안에 설치한 이후로,약 10년 간 1,700여 명의 아기들이 들어왔어요.


다른 나라의 베이비박스도 민간에서 운영하나요?

외국에서 이 문제를 얘기할 때 가장 흔한 반응이 왜 한국은 정부에서 운영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정부는 이에 대해 합법이라고도 불법이라고도 하지 않고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요.


베이비박스 문제를 알게 되고, 처음엔 어떻게 문제에 접근했나요?


(목소리로 듣기)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지가  너무 궁금했어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500여명의 아기의 부모들의 상담일지를 읽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얽혀 있었어요. 청년 빈곤, 주거 부재, 가정 부재, 비혼 한부모, 강간, 장애 등.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무책임하다기 보다는 개인의 힘으로 감당하기에 어려운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처한 청년들이 많았고, 성적으로 문란하다기 보다는 성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6개월 8개월때까지 임신한 사실도 몰랐을 정도로요.


문제가 너무 복합적이라 압도당했을 것 같아요.

네, 그래서 아기들이 베이비박스까지 들어오는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해서 문제를 바라봤어요.  어떤 상황에 있는 부모도, 남녀가 만나고, 임신을 하여, 베이비박스에 오는 과정은 공통이니까요. 처음엔 프로세스의 전반부에 집중해서, 학교밖, 사회시스템 밖 청소년들의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콘돔 사용을 재미있는 콘텐츠로 장려하려는 거였죠. 그런데  실제 베이이비박스에서 보다 더 떨어져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성교육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고 있어서, 보다 더 가까운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 때 콘돔을 기부받기도 하셨다고요?

인스팅터스에서 이브콘돔을 보내 주셨어요. 일면식도 없는 회사고 저희는 법인도 아니던 때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해서 취지를 설명했죠. 그랬더니 박진아 대표님이 바로 어디로 얼마나 보내주면 되느냐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이브콘돔 무한 응원합니다. (웃음)


그 후엔 좀 더 가깝게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 지 고민하셨겠군요.

임신을 했거나 이미 출산을 한 사람들, 그 중에 아이를 직접 키울 의지가 있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솔루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 지원들은 주로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이후'에 집중하는 경향이 컸는데요. 저희는  아기를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도 많다는 것에 집중했어요. 어떤 분은 난소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베이비박스에 맡겼다가 회복 후에 찾아간 경우도 있고, 집이 없어서 차에서 아기와 몇 달 생활하다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긴 후 다시 찾아간 비혼부도 있어요. 절대 그 부모들이 여유가 있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거든요. 의지인거죠. 그 의지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봤어요.



오랜 고민의 결과가 곧 나온다고 들었어요.

(목소리로 듣기) 품(PUUM)이라는 모바일 웹 플랫폼이에요. 흔히들 아이들이 충동적으로 버려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다가 최후의 선택으로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 다양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입력하면, 정부 지원 뿐만 아니라 기업과 비영리의 지원까지 선별해서 보여주려고 해요. 토스처럼 쉽고 간편하게 만들고 싶어요. 2월에 출시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웃음)


품에는 어떤 정보들이 들어가나요?

분유나 기저귀 지원이 가능한 곳, 비혼 한부모 취업 차별이 없는 직장 등 경제적인 것부터 의료 지원, 정서적 지원, 법적 지원까지 다양한 정보가 들어갑니다. 거기에 더해 육아물품을 나눔하고 받을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가요. 아무리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부모라도 지원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가정 폭력으로 아이와 5번이나 이사를 다니면서도 물품을 나눠 주시는 분을 보며 가능성을 봤어요.


일하면서 어떨 때 재미를 느끼시나요?

대중이나 언론에서 흔히 생각하는 것들과 다른 실재를 마주하고 알게 되고, 그런 점들을 전달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을 느꼈을때요. 첫 회사에서는 전세계 소수민족의 삶을 다룬 영화를 선보이는 영화제를 런칭하기도 했고, 방송국에 있을 땐 이라크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돌아보면 제 정체성은 결국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 알리는 스토리텔러인 것 같아요.


이전에 주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을 하셨어요. 지금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어떤 분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많이 와닿았어요. 학부 때부터의 하나하나의 경험이 점이 되어 하나의 원으로 꿰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요. 그 관점이 지금 하는 일에도 도움이 많이 돼요.


베이비박스 문제를 해결하시면서 여러 사람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가하시는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목소리로 듣기) 베이비박스 프로젝트 초기부터 사회구성원 참여는 핵심 접근 중 하나예요.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일을 하면서 느낀 부분들이 녹아 있는데요. 모든 문제해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싶다는 바람도 담겨 있고요. 그리고 사회문제 해결이 결국 사회 인식을 바꾸어야 하는 건데 그건 절대 개인이나 하나의 단체가 할 수 없잖아요.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그 사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거라고 믿어요. 


베라톤이라는 프로그램도 그 취지 안에서 이해할 수 있겠네요.

베라톤은 ‘베이비박스 프로젝트 리서치 마라톤’의 줄임말인데요. 플랫폼 솔루션을 만들다 보니 들어가야 할 정보가 아주 많아요. 이 작업을 자발적으로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나눠서 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머리 쓰며 일하신 분들이 오셔서 계속해서 복사 붙여넣기의 단순작업을 하시면서 힐링된다는 분들도 있어요. (웃음) 베라톤을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의 이름을 품 크레딧에 넣기로 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베이비박스로 들어와서 가정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자라면, 다시 아이를 포기할 확률이 높다고 해요. 아무리 좋은 보육시설도 가정의 사랑을 주기는 어렵죠. 사랑이 더 많이 흐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플레이스, 사단법인 비투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