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돈 이야기 두려운 초년생들의 경제미디어

박진영 | 어피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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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여성들의 경제 비서가 되고 싶은 박진영님

영화 <작은 아씨들>을 봤습니다. 제목은 워낙 유명해 친숙했지만 내용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었어요. 영화에 대한 리뷰들을 몇 개 훑어보니 공통적인 감상 몇 가지가 눈에 띄었는데요. 하나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하며 볼 수 있도록 원작을 잘 각색한 그레타 거윅 감독에 대한 호평이었고요. 다른 하나는 이 기회에 원작을 다시 읽은 사람들이, 어릴 때 읽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재미로 잘 읽힌다는 원작에 대한 칭찬이었습니다. 

시대를 이겨낸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여성의 경제력과 관련된 문제의식이 깊게 깔려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세기에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허락된 유일한 경제활동은 결혼이었나 봅니다. 주인공 ‘조’는 소설의 원작자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페르소나로 알려져 있는데요. 조가 소설을 투고하기 위해 찾은 편집자가 반복하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면, 반드시 죽거나 결혼해야 한다’는 대사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 줍니다. 그런 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나 결혼이 아닌 선택지를 꿈꾸기란 아마 거의 불가능했겠죠. 씩씩한 캐릭터인 조가 중간중간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장면들을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이 제게는 가장 깊이 남았습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경제미디어 어피티의 박진영 대표를 만났습니다. 특히 밀레니얼 여성들이 당당하게 번 소중한 돈을 잘 지키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박진영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고 퍼뜨려 주세요!


ps. 조가 편집자와 대화를 나누는 영화의 결말을 보면서 저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최근 한국의 문단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김금희 작가를 좋아해서 작년에 작가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요. 행사가 끝나고 그의 소설 <경애의 마음>에 싸인을 받으며 아무 단어나 하나를 적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회복'이라고 적어 주었어요. 당시 그의 SNS를 보면 힘든 마음이 많이 전해졌는데, 이 일로 힘들어 하는 많은 작가분들이 어서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비스의 브랜드명이 어피티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목소리로 듣기) 당당한, 이기적인, 오만한 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데요. 과거와 비교해서 사회초년생인 여성들이 돈을 버는 것까지는 많이 나아졌는데 아직 경제나 금융 분야에서는 호갱 이미지가 강해요. 자신이 번 돈 안에서만큼은 당당해지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는 돈을 어떻게 불리느냐 보다는 내가 번 돈을 어떻게 잘 지킬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아요.


어피티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주력은 머니레터라고 하는 뉴스레터 서비스예요. 평일 아침 8시에 구독자의 메일함에 시사 뉴스, 재테크 팁, 돈 이야기 등을 묶어 뉴스레터로 보내 드려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서비스 홍보도 해 나가고 있고요. 경제 정보만 일방적으로 주기보다는 실제 실천하고 적용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유료 프로그램 운영도 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8시에 보는 뉴스라니 예전 경제 일간지들이 떠오르는데요. 차별점이 있다면요?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 이슈를 독자 입장에서 어떻게 봐야 할지 관점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모든 요일에 공통적으로 담기는 내용은 ‘나와 관련된 경제 이야기' 코너인데요. 요즘을 예로 들면, ‘코로나로 인한 개학 연기'가 나의 경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 뉴스레터의 구성을 보시면 항상 ‘그래서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꼭지가 있어요.
공통 내용에 더해서 하단의 기사는 요일별로 주제가 있어요. 경제학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부터 다른 사람들의 돈 이야기를 공유하는 머니로그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습니다.


주 5회나 발행되다 보니 필진들과 함께 만드신다고 들었어요. 필진은 어떤 분들인가요?


(목소리로 듣기) 책을 썼거나 강연을 다니는, 소위 말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아니에요. 저희의 경우는 덕후인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느 분야든 덕후들이 있는데, 그들이 일상처럼 느끼는 것들 중 고급 정보들이 많아요. 중간에서 편집으로 잘 엮으면 가치가 큰 이야기들이죠. 그리고 직업상 경제 정보를 계속 접하게 되는 경제 연구원이나 금융 대학원생들이 필진으로 있어요. 이들이 접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들에겐 어피티가 그 이야기들을 풀어낼 창구가 되는 거죠.


머니로그 코너를 특히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인기가 많죠?

머니로그는 실제 자신의 소비 일기를 공유하거나 연봉을 공개하고 그에 맞는 재무 솔루션을 제공받는 코너인데요.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돈 얘기를 묻거나 꺼내는 것이 어렵잖아요. 그런데 책이나 검색보다 내 또래 사람들이 실제 어떻게 하는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거든요. 돈 얘기를 솔직히 하면서 팁도 받을 수 있어서 반응이 좋은 코너라고 봐요.
그리고 사연 보내주는 분들 중에 스스로 돌아보는 효과가 있다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 참가자로 사연을 썼는데, 제 소비 일기를 쓰고 나서 지출이 반으로 줄었어요. 연어를 일주일에 3-4번 먹더라고요. (웃음) 운동으로 따지면 인바디 검사 같은 거죠.


오늘 (녹음 당일) 레터에서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도 다뤘습니다. 시중의 재테크 관련 콘텐츠에선 다루지 않을 법한 주제인데요.


(목소리로 듣기) 저는 ‘생존 금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르면 당하기 쉬운 함정들을 미리 알고만 있어도 큰돈 나가는 사건사고를 막을 수 있거든요. 거절을 잘 못해서 보험을 가입하기도 하는데, 상품의 실체나 대처법 등에 대해 알아야 해요. 돈은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한 번 주의 깊게 알아두면 마이너스를 방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사회초년생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미디어를 다양한 주제로 여러 번 창업하셨습니다. 이번엔 경제와 금융을 다루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목소리로 듣기) 미스핏츠라는 미디어를 시작할 때부터 타겟은 저와 제 친구들 또래였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들을 정리하면서, 그 시도들이 타겟들의 삶에 정말 실질적인 변화를 주었나 돌아보게 됐어요. 뉴스 보도도 되고 어젠다가 확산도 되는데 딱 거기까지라는 회의감도 많았고요. 그러다 어떤 정보들은 사람들의 삶을 당장 좀 더 낫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중 하나가 경제 정보였죠. 저는 지금의 밀레니얼 여성들의 삶이 그간의 한국 여성들의 삶들과 비교했을 때는 가장 앞선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교육 면에서든 경제활동 면에서든. 그러다 보니 더더욱 10년 후 모습이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명확한 롤모델이 없으니 우리가 그걸 만들며 살아가야 하는데, 경제력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거예요. 저희 독자들이 경제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 비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손석희, 김주하 같은 언론인을 꿈꾸셨다고요.

기자가 되어 직접 취재를 하면서 전문성을 쌓고, 그걸 바탕으로 마이크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향력과 신뢰감을 모두 갖춘 사람이 되고 싶었죠. 신방과를 준비하다 국문과로 진학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국문과에서의 경험이 지금 뉴스레터 텍스트를 편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죠.


학보사에서도 활동하셨죠?


(목소리로 듣기) 학내 보도를 담당하는 보도부에 있었어요. 기사를 쓸 땐 무조건 취재원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원칙이었어요. 일주일에 3개씩 기사를 만들면서 연습이 많이 됐어요. 나중엔 취재도 거리낌 없어지고, 좀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제목에 대한 고민도 했고요. 지금 필진들과 협업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데도 이때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죠. 그때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보는 곳에 내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바이럴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그러다 메디아티(뉴미디어 투자사)의 전 대표이신 강정수 박사님(이하 강박사님)을 만나셨죠? 운명적 만남처럼 들리는데요.


(목소리로 듣기) 강박사님을 처음 뵌 건 1학년 2학기 교양수업에서였어요. 인기 강좌였고 저도 재미있게 들었어요. 그러다 학보사 있을 때 전문가 인터뷰를 요청드려서 한 번 뵙고 페이스북 친구가 됐어요. 시간이 흘러서 강박사님이 20대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되시고 저를 불러서 글 한 번 써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바이스라는 해외 미디어를 보여주시면서, 우리나라에도 20대를 규정하는 기존 미디어가 아니라 20대 이야기를 하는 20대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저는 막 언론사 취업 준비를 시작하려고 할 때였는데, 그 제안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지인들을 모아서 ‘미스핏츠'라는 미디어를 시작하게 됐죠.



그때 만든 콘텐츠들은 확산이 잘 되던가요?

2014년에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편지 형식의 글을 게시했는데 온라인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아예 대자보에 옮겨 써서 학교에 붙여봤어요. 인파들도 몰리고 취재진이 와서 기사도 났죠. 공사 중인 곳의 펜스에 붙인 건데 그 주위로 계속해서 대자보들이 쫙 붙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세월호 기사에 달리는 악플을 읽는 영상을 찍어 올린 적도 있는데 그때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어요.
지금은 밀레니얼이라는 단어로 저희를 부르는데, 그때는 한창 삼포세대, 오포세대 하며 무기력하게 그려졌어요. 불평불만 많고 도전정신없는 세대로요. 그런데 막상 그 안에 있으면서 저는 재미있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고 느꼈거든요. 아마 제 또래의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고, 반응도 해 주신 거 아닐까 싶어요.


그 이후로 지인들과 함께 만든 ‘청춘씨:발아’는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도 소개가 됐고요. 그 후 전환점이 있었다고요?

가장 큰 변화는 함께 하던 친구들이 이제 정말 취직을 할 것인지, 계속 함께 콘텐츠 만들며 활동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왔던 거죠. 붙잡을 동력은 없었어요. 스타트업이라기보단 동아리 성격이었고, 비즈니스 모델도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생기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죠. 제가 많이 지쳤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진영님은 취직의 길로는 가지 않겠다는 것이 확고했었나 봐요.


(목소리로 듣기) 다들 취직을 시작하고 저도 한 학기밖에 남지 않았을 때 회의감이 컸어요. 그런데 그때 영상 외주 작업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순수하게 상업적인 영상을 만들게 된 거죠. 그러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는 콘텐츠로 비즈니스도 가능할 것 같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취직 못해도 먹고살 수는 있겠다는 거였어요. 지금 어피티를 만드는 POV 미디어를 창업하는데 중요한 두 가지 깨달음이었어요. 그때 외주로 회사원 3-4년차 월급 정도는 번 것 같아요. 어피티가 있었더라면 그 돈을 잘 지켰을 텐데, 아쉬워요. (웃음)


앞으로의 어피티는 어떤 확장을 준비 중인가요?

일종의 교육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뉴스레터로는 종합적인 정보를 줄 순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의 솔루션을 주긴 어렵잖아요. 온라인 재무교육을 제공하는 유료 모델을 고민 중이에요. 아울러, 콘텐츠 서비스 차원에서도 좀 더 깊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기획 중이에요. 기존의 어피티는 계속해서 무료로 제공하면서 그 위로 확장을 고민해 보려 합니다.


20대의 박진영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지금도, 대학생 강의 의뢰나 학보사 취재 문의는 무조건 승낙해요. 그 또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저는 강박사님을 만나는 큰 행운을 누릴 수 있었는데요.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능력이 있어도 계기가 없어서 남들 사는 대로만 사는 경우가 많다고 봐요. 딱 3명만 모아서 무엇이든 작은 목표 하나를 두고 한 달만 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되면 좋고, 안돼도 얻는 게 있을 테니까요.



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스튜디오, 진영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