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꽃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다

김다인 | 어니스트 플라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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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매개로서 꽃의 힘을 믿는 김다인님
#김다인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현대처럼 완전한 분업화가 되기 전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제품의 제조 과정 전체를 담당했었다고 하죠. 그러니까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켤레의 구두를 만드는 작업 전부를 오롯이 혼자서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당연히, ‘내가 만든 구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 거고요. 그렇게 이름을 걸고 계속 영업을 하기 위해선, 제품의 완성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을 겁니다. 유럽의 유명한 패션 브랜드나 자동차 브랜드가 사람 이름이라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겠죠.

요즘은 이름을 걸고 만든 무언가를 만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름 대신 브랜드들이 생기긴 했지만, 그 브랜드를 보고 특정 누군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알랭 드 보통의 책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참치 캔 통조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옵니다. 참치를 직접 잡는 것에서부터 통조림에 라벨링을 하는 것까지 작은 공정들이 아주 많이 있고, 각자 다른 사람들이 이를 담당합니다. 고도로 분화된 작업에서 완제품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떠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종종 어떤 자리에서건 자기 이름을 건 것처럼 완성도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 저분은 무엇이든 자기 것을 해도 참 잘하겠다’하는 생각이 들고 응원도 하게 됩니다. <골목식당>을 보다 보면 왠지 백종원님도 그런 분들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더 잘해주는 것도 같고요.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어니스트 플라워와 플리의 대표 김다인님을 만났습니다. 어니스트 플라워는 꽃 농사를 짓는 농부님들을 전면에 내세워 소개하고, 소비자들과 직접 연결시켜 주며 사업을 해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다인님과 플리, 어니스트 플라워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 주세요!


ps (주의! 스포가 있습니다) 요즘 뒤늦게 드라마 <스토브 리그>를 보고 있습니다. 야구단의 단장으로 일하던 남궁민이 잠시 단장직에서 잠시 물러나게 되는 장면에서, 야구단의 한 직원이 남궁민에게 이렇게 그만둘 거면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했냐고 질문하는데요. ‘뭘 하든 적당히가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거죠.’라는 대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 경우는, 적당히가 잘 되는 사람은 잘 되는 사람대로, 잘 안 되는 사람은 잘 안 되는 사람대로의 삶의 속도와 미덕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인데요. 써 놓고 보니 하나 마나 한 말 같기도 하네요. 




두 개의 회사를 운영 중이시죠. 각각 소개 부탁드려요.

시작은 사단법인 리플링이라는 비영리법인이었어요. 플리(FLRY)어니스트 플라워 두 법인으로 분리한 지가 이제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플리는 플라워 리싸이클링의 줄임말이에요. 결혼식에서 버려지는 꽃들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서 그걸 매개로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통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비영리 프로젝트로 출발했어요. 플리를 3년 정도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했는데, 아무래도 수익모델이 필요했고요. 그래서 어니스트 플라워를 시작했습니다. 어니스트 플라워는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신선한 꽃을 소비자가 바로 다음날 집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고요. 누구나 좋은 품질의 꽃을 좋은 가격으로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저희는 아주 작은 조직인데 법인이 두 개일뿐이에요. 혹시 오해하실까 봐. (웃음)


많은 꽃 구독 서비스들 중 어니스트 플라워만의 강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모든 구독 서비스의 기본이고요. 저희는 신선도와 가성비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도매 시장에서 사는 즐거움을 집에서 손쉽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요. 대표적인 도매시장들은 위치나 영업시간 생각하면 일반 직장인이 접근하기는 어렵거든요. 농부님들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직접 키운 꽃을 직접 이름 걸고 패키징 해서 내보낼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해 주세요. 그러다 보니 가장 좋은 품질의 꽃들은 저희와 거래하려고 남겨두는 농부님들도 계세요. 


농부님들의 일러스트와 소개를 통해 처음으로 꽃의 생산자를 생각해보게 됐다는 분들이 있더군요.

사실 그거 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업이에요. LUSH 매장 가보면 제품 옆에 생산자 얼굴들이 있잖아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제가 LUSH를 기억하는 중요한 아이덴티티 중 하나예요. 신뢰가 생기더라고요. 어니스트 플라워 기획하면서 참고한 것 중 하나죠. 원래 일러스트 그려주시던 디자이너가 유학을 갔는데 일관성을 위해 지금도 그분께 외주 작업을 맡기고 있어요.


사이트의 농부님들 소개 콘텐츠가 인상적입니다.

저희와 오래 함께 하신 농부님 중 실제로 팬들이 생기신 분도 있어요. 나이가 좀 있으신 농부님인데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드셨더라고요. (웃음) 그 농부님을 해시태그한 분들 찾아가서 댓글 다시고 소통도 하셔요.


그저 꽃을 구경하고 사는 것보다 더 넓은 의미의 꽃 경험을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게 재구매로도 이어진다고 보실까요?

다른 곳과 정확히 비교할 수 없어 그냥 느낌이지만, 재구매율은 확실히 높다고 봐요. 데이터 보면 저희보다도 더 자주 사이트에 들어오는 분들도 계세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문도 하시고요. 새로 꽃이 나올 때마다 사 주시는 것 같아요. 


경험 확장이라는 측면에 좀 더 힘을 주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요?

이번에 저희가 새로 브로셔를 만들었는데 마지막에 ‘우리는 농부와 소비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입니다.’라는 문구를 썼어요. 내부에서 저희가 이런 말을 감히 해도 될지 우려도 조금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이게 저희가 지향해야 하는 태도이자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소비자들에게는 꽃과 관련된 경험의 확장을 통해 영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여러 유형의 소비자들이 있을 텐데요. 이런 분들이라면 어니스트 플라워가 참 잘 맞을 것 같다 싶은 분들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농장에서 농부님들이 직접 보내주다 보니 재료인 상태로 배송이 나가요. 이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면 좋죠. 재료를 받아서 꽃을 피우고 시들어가는 과정까지 지켜보는 경험에 열려 있는 분들이요. 고객 후기 중 가장 기분 좋은 내용이 ‘귀찮을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몰입이 되고 힐링이 되더라'라는 말이에요. 그게 저희가 가장 바라는 경험인 것 같아요. 꽃이 특별한 건 내가 기울이는 관심과 시간에 반응하여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니까요.


플리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어떤 과정을 통해 꽃들이 리싸이클링 되나요?

우선 결혼식에 쓰이는 꽃을 기부받아요. 아무래도 결혼식에 좋은 꽃들이 많이 쓰이는데, 쓰고 나서 바로 버려지거든요. 제 결혼식이라면 이 꽃들 좋은 목적으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았어요. 결혼 당사자인 부부가 기부를 결정하면, 저희와 함께 하시는 봉사자들이 직접 차를 가져가서 꽃을 다 실어서 움직여요. 꽃이 필요한 다양한 시설에 가서 원예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시설에 계신 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시죠. 꽃은 아무도 안 주잖아요. 돈을 주거나 옷을 주거나 집을 지어주거나 하지, 꽃은 아무도 주지 않잖아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내 생애 마지막으로 꽃을 받아봤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독거 어르신들의 경우는 꽃꽂이 배우러 오시는 15-20분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고요. 오셔서 만든 꽃을 하나는 스스로 가지시고 다른 하나는 또 다른 곳에 계신 치매 노인분들에게 기부하기도 해요. 그 경험이 좋다고 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요즘 플리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요.

여전히 기존에 하던 리싸이클링 프로젝트는 진행하고 있고요. 작년과 올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꽃을 통해 저희가 주목하고 싶은 문제들을 더 조명하려는 시도들이에요. 우선 환경과 자립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꽃을 매개로 한 캠페인이나 페스티벌 운영,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서요. 실제로 저희가 정기적으로 가던 보육원에서 알게 된 아이들 중 보호 종료 시기가 다가온 아이들이 있어요.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은 18세가 되면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자립정착금 500만 원에 자립 수당 일부를 지원받고 독립을 해야 하는데요. 그들에게 그저 꽃을 주는 것 말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들을 후원할 수 있는 굿즈를 만들기로 했어요. 꽃과 관련된 디자인의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 수익금을 후원하는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을 네이버 해피빈과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5월 중순이면 해피빈에서 예쁘고 의미 있는 꽃 일러스트를 담은 캐주얼한 소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꽃이 정말 말 그대로 매개로 작용하는 거군요.

꽃이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문턱을 낮출 수는 있다고 믿어요. 꽃이 아니었다면 들여다보지 않을, 경험하지 않았을 것들을 경험하면서 관심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봐요.


플리와 어니스트 플라워, 앞으로 어떤 모습을 그리시나요?

결국 살아남는 것이 잘하는 거죠. 생존 자체가 어려운 거니까요. 두 브랜드 모두 원래 꿈꿨던 미션과 비전을 잃지 않고 존속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플리는 계속해서 사회적 이슈를 꽃을 통해 조명해 가고, 그를 위한 수익적인 토대를 어니스트 플라워가 안정적으로 마련하고요. 팀원들과 함께 좋은 일 하면서 잘 살고 싶어요. (웃음)


함께 일할 사람들을 찾고 있으시죠?

사람은 늘 고파요. (웃음)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더 매끄럽게 하기 위해 개발자를 찾고 있고요. 고객 대응, UI UX 관리를 하실 운영 매니저도 찾고 있어요. 저희 팀의 장점은 빠르게 실행한다는 점인데요. 실행에 갈증이 있으신 분이라면 잘 맞지 않을까 해요. 아무래도 업계가 낙후된 측면도 있다 보니 바꿀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요. 개선 포인트도 많이 보이고요. 뭔가 시도하고 개선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팀이고 업계라고 할까요. 빠르게 실행하고 개선하는 경험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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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플레이스, 어니스트 플라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