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임팩트 투자자로 일하는 마음

2020-05-08
조회수 4032

제현주 | 옐로우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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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대표 제현주님
#제현주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작년에 FRAME LETTER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책 <다크호스>에는 자신만의 길을 따라 충만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저자들은 이를 개인화된 성공이라고 부르는데요. 개인화된 성공이란 충족감과 우수성을 모두 누리는 삶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우수성을 확보한 과정입니다. 그들은 우수성을 목적으로 추구해서 우수해짐으로써 충족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일에 깊이 몰입하면서 충족감을 느꼈고, 충족감을 좇다 보니 그 결과로 자연스레 우수성을 획득했다는 점입니다. 책에는 고문서를 보존/복원하는 작업, 새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작업, 새를 청각적으로 구분하는 작업 등 흔히 생각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쾌감을 느끼는 이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이렇게 일 자체에서의 충족감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이 있는데요. 충분한 동기부여와 고유의 스타일입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동기와 잘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주는 충족감이 연료가 되어 그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요. 나아가 ‘우수해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좌절감의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고요. 그리고 그 일을 계속해서 재미있게 하다 보면 자연히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책에는 세계 체스 챔피언 블라디미르 크람니크의 말이 나옵니다.
“제가 자신있게 말하는데, 체스 두는 방법을 보면 예외 없이 그 선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 선수에게 어떤 뚜렷한 성격이 있으면 체스도 그 성격대로 두게 됩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대표 제현주님을 만났습니다. 투자할 때 어떤 것들을 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요. 팀을 볼 때는 창업자가 그 아이템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도 본다고 해요. 그 분이라서 이런 사업을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느낌적 느낌이요. 뭘 해도 다 잘 할 것 같은 분은 오히려 주저하게 된다고 하시면서요. 어쩌면 이 느낌이, 스스로의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동기를 잘 이해하고, ‘자기'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필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 고유의 차별화된 스타일, 어려운 때를 건널 수 있는 회복력을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주 제현주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주세요!


ps 인터뷰 중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소득과 일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사고에서 조금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잉여로운 시간을 주는 상상을 잠시 해 보았는데요. 어쩌면 이런 사회에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충족감을 느끼는 무언가를 찾아 해 나가며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상상을 할 때면 늘 자신의 미시적 동기가 성취와는 무관한, 누워서 쉬는 것에서만 자꾸 나타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을 자꾸 하게 됩니다. 제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군요.




옐로우독은 어떤 회사인가요?

옐로우독은 2016년에 설립된 임팩트 투자사입니다. 임팩트 투자는 사전적으로 재무적 수익률만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함께 추구하는 투자를 뜻하는데요. 모호할 수 있는 개념이죠. 옐로우독은 옐로우독이 정의하는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고민하고 체계화하고 설명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투자를 해나가는 회사입니다. 


이름이 범상치 않습니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많은 분들이 조심스럽게 ‘정말 누렁이?’ 라고 의문을 품으시는데요. 맞습니다. (웃음) 각자가 누렁이 혹은 황구라고 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조금 다르긴 할 텐데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제 몫을 하고 인간에게 친근한 기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모두가 스타트업의 궁극적 목적은 유니콘인 것처럼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모든 기업이 유니콘이어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생태계가 그런 기업들로만 채워지는 것이 꼭 좋은 것도 아니라고 봐요. 최근의 코로나 19 사태를 지나면서는 더욱 이름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요.


최근에 더 공감하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최근까지 유니콘 모델이 벤처투자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성공사례처럼 비치곤 했죠. 대부분은 짧은 시간 내에 압도적인 자본을 투자 받아 투입해서 급속한 매출 성장을 만들고 빠르게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요. 유니콘이 될 법한 회사들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이 주류 벤처투자의 보편적인 룰처럼 자리 잡았죠. 최근 이 방식이 벤처캐피탈 시장의 호황이 뒷받침되었을 때만 가능한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자본시장 위축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성장 경로와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해질 거라고 봐요. 한동안 ‘얼룩말 모델*’ 얘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낙타 모델**’ 얘기도 나오더군요. 옐로우독이라는 이름의 취지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 '유니콘' 환상 탈피… 유색인종·여성 등 두루 어우러진 윤리적 스타트업 추구
** 어려운 시기가 오고 있으니 그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자원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팀을 빗댄 표현


주변에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를 얘기하면,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거네. 그런데 그게 쉽나’ 하는 반응이 많습니다. 얼마 전 칼럼에서 임팩트 투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아니라 한 마리 큰 호랑이를 잡는 것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어떤 맥락인가요?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한다’라는 말에는, 사람들이 가진 오묘한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엔 ‘좋은 일 = 자기희생적인 일’로 개념을 축소해서 생각하는 경향과, ‘돈을 번다’는 것을 조금은 폄훼하는 경향이 함께 깔려 있는 거죠. 예전에 한 동남아시아의 창업자에게 옐로우독의 투자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도 하고 돈도 벌겠다니, 너야말로 참 탐욕스러운greedy 사람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웃음) 기분 좋은 농담으로 받아들였어요.
옐로우독에 대해서도, 벤처 캐피털이라고 하는 자산군이 일반적으로 목표로 하는 수익률 이상을 거두면서 임팩트도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저는 ‘공진성colinearity’이라고 보는데요. 두 개의 선이 함께 움직인다는 의미죠. 사회적으로 임팩트를 일으키는 톱니바퀴와 회사의 상업적인 성장을 이루는 톱니바퀴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이미지를 상상하면 좀 쉽게 그려질 텐데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안에 사회적 의미와 임팩트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이 두 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개별의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거예요. 그 모델의 탁월성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임팩트가 만들어지게 되죠. 옐로우독은 이런 공진성을 확보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하는 거고요.
(본문 하단에 공진성을 가진 회사의 예시 에누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링크가 있습니다. 클릭해서 들어보세요!)


투자할 때 어떤 것들을 주로 보시나요? 공진성은 이미 이야기해 주셨고요.

단순화하면 시장과 프로덕트와 팀을 본다고 하는데, 결국 다 본다는 얘기죠. (웃음)
시장의 경우 시장이 충분히 큰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봅니다. 임팩트 언어로 바꿔 말하면, 충분히 중요한 문제를 대상으로 하는가, 그리고 그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인가를 본다는 거죠. 최근에 옐로우독에서 임팩트 리포트를 발행했는데, 그 안에 일단 크게 봤을 때 저희가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보는 다섯 가지 영역*이 나와 있어요.
두 번째는 프로덕트인데요. 회사가 만들고 있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탁월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실제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인게이지engage하고 있는가를 봅니다. 초기 기업이라면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하지는 못했더라도, 초반의 고객들이 이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하는 지표를 긴밀히 보려고 해요.
그리고 팀을 보죠. 창업자와 창업자가 구성해낸 팀이 얼마나 훌륭한가 인데, 훌륭하다는 것은 모호한 측면이 있어요. 어떤 팀을 좋아하는가 하는 질문이 명료하게 답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회사 안에서도 심사역마다 선호가 다르기도 하고요. 제 경우에 중요하게 보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이템과 대표님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의 느낌적 느낌이에요. (웃음) 이 대표님이라면 뭘 해도 잘하실 것 같다는 분보다는, 이분이라서 이런 사업을 이렇게 하시는구나 라는 느낌을 주는 분이 좋아요. 이 사업만 잘하실 것 같은 분. 다른 걸 하시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되는 분이요. 좀 직관적인 측면이 있죠. 다른 하나는, 회복성입니다. 멘탈이 강해서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더라도 빠르게 정상성의 범위로 돌아오실 수 있는 분인지를 보려고 해요. 사업하다 보면 위기는 분명히 오잖아요. 그럴 때 빠르게 다시 잘 추스르고 ‘존버’할 수 있는 능력, 저는 그게 창업가에게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 질 높은 교육, 환경 솔루션, 웰니스 및 건강,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직업 솔루션, 성 평등


옐로우독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올해 정도로 좁혀서 보면, 워낙 급변하는 시장 안에 있으니까 이 상황 안에서 어떻게 정신을 잘 차리고, 조심스럽지만 현명한 투자를 할 것이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투자한 기업들을 역시 이 변화 안에서 어떻게 잘 서포트할 것이냐에 집중하면서 한 해를 보낼 것 같고요. 길게는, 옐로우독이라는 회사가 전문적인 임팩트 투자기관의 좋은 레퍼런스로 남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영국의 브릿지스 펀드 매니지먼트나 미국 오미디야르 네트워크처럼요. 아시아에는 옐로우독이 있잖아, 하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투자자도 아니고 창업가도 아닌 사람으로서 옐로우독을 응원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감사한 질문이네요. 우선 저희가 투자한 회사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써주시면 좋고요. (웃음) 나아가면, 소비자들이 ‘우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하는 기업을 원한다’, ‘그런 회사의 제품들을 좋아한다’라는 메시지를 많이 보여주면 그게 결국 자본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소비자로서 혹은 소액주주로서 꼭 스타트업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스스로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에 대한 목소리를 많이 내는 것이 결국 응원이 되지 않을까 해요.


다른 인터뷰에서 투자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하신 이야기를 봤어요. 어떤 의미로 하신 이야기일까요?

투자자처럼 생각한다 라는 말을 자주 써요. 엘로우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제 기준이기도 하고요. 투자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인 양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투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종합한 다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비즈니스입니다. 그것을 매번 새로운 대상에 대해 일정한 사이클을 갖고 계속해 나가는 것이죠. 어떻게든 본인이 돌을 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아요. 본인의 ‘관’을 만들어 테이블에 던지는 것, 저는 그게 투자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보고요. 벤처 캐피탈은 특히 늘 새롭게 공부하고 불완전한 정보로 어떻게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요. 제가 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형태의 일을 좋아한다는 의미인 거죠.


10년 넘게 투자를 일로 하시다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셨나요?

크게 두 가지 일을 하며 보냈어요. 우선은 공부를 했는데요. 10권 정도 되는 책을 그 시기에 번역했어요. 제가 10년 넘게 했던 투자라고 하는 일이 갖는 의미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는 왜 일을 할까 하는 것도요. 제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왜 그럴까 궁금했죠.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가! (웃음) 이런 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번째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라는 사업을 조합원들과 함께 창업하고 꾸려나갔던 일이에요. 전자책 출판, 사회적 경제 영역 내 컨설팅과 리서치 등의 일을 했고요. 이때 ‘일상 기술 연구소’라는 팟캐스트도 만들었죠. 롤링다이스를 지식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의미로 지식 나눔 협동조합이라고 불렀어요. 저는 그 안에서 일하는 모델을 실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한 직장에 소속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자발적으로 일하는 지식노동자들의 연합으로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과 속도로 일하는 것은 가능할지,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지 등을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 때의 경험들이 다시 투자업계에서 일하시는데 도움이 되던가요?

많은 것들이 도움이 됐어요. 우선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특히 저한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많이 알게 됐고요. 옐로우독에서 일하면서는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잘 하지 않아요. 예전엔 참 많이 했던 질문이거든요. 나한테 중요한 조건들이 뭔지 알고 나면, 지금 일이 적어도 나의 중요한 조건들은 충족하는구나 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되죠. 물론 어렵고 힘든 점도 많지만, 지금의 일이 나에게는 최선의 일이다 라는 확신을 예전보다 더 많이 갖고 일할 수 있게 됐어요.
사실 일반적인 직장은 꽤 많은 것들을 패키지 딜로 줍니다. 돈을 얼마나 받을지, 누구와 일할지, 몇 시에 출퇴근을 하고 밥을 먹을지 모든 것이 정해진 딜이죠. 이게 각자 자기가 일하는 스타일의 선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요. 그래서 그냥 통으로 뭉뚱그려서 좋다, 싫다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게 만들죠. 그런데 직장이라는 틀 밖에서 일을 해보면, 내가 일이 잘되는 시간, 나에게 적당한 식사 시간, 출퇴근 여부 등이 모두 선택 가능한 옵션이 되죠. 그러면 그 하나하나에 대해 자신의 선호를 돌아볼 수 있게 돼요. 롤링다이스에서의 경험이 저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고, 제가 버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게 해 줬습니다.
그리고 투자가 자본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공부 역시 큰 도움이 됐는데요. 제가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제가 좋은 투자를 해서 좋은 수익률과 결과를 거두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찝찝하거나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몰입할 수 있고, 투자를 즐겁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옐로우독의 주요 투자 분야 중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직업 솔루션’이라는 분야가 눈에 띕니다. 

제가 특히 지금의 한국 사회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젠다인데요. 두 가지 커다란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어요. 하나는 노동 시장 안에서 커지는 수요-공급의 미스매치입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에선 사람이 모자라고, 쇠락하는 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 같은, 영역 차원에서 생기는 미스매치도 있고요. 각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간에 어떤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일하고 싶은지와 전통적인 기업들이 요구해 온 일의 방식 사이에서의 미스매치도 늘어갈 거예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노동에 대한 것인데요. 10년이 지났을 때 대부분의 노동자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일하지 않을 거라고 쉽게 생각은 하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그리기는 어렵죠. 그런 미래 노동의 모습이 지금보다 훨씬 인본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 솔루션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결국 일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대에,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일찍부터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입장이시라고 들었어요.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일과 소득, 일과 금전적인 대가를 일대일로 매칭시켜야 한다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서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소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랬을 때 제게 이 개념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렇게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는 활동들에서 많은 좋은 것들이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즉각적인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일을 할 때 생겨나는 잉여로움이 사회적인 가치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기존에 생각지 못한 전환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은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서든, 운을 통해서든, 주어진 자산을 통해서든 잉여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그런 일을 하죠. 그렇게 두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안전망을 깔아준다면, 그것이 미래를 훨씬 더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는 힘으로 연결될 거라고 저는 믿는 쪽이에요.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개별 기업들이 본연의 목적에 더 충실하게 엔진을 돌릴 수도 있어요. 지금은 사회에서 제공하는 보편적인 복지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 많은 짐이 부과되어 있기도 합니다. 직원의 총체적인 삶을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거죠. 그렇다 보니,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에 따라 개인이 누리는 삶의 질 격차가 아주 커요. 그걸 사회가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으로 받쳐주면 기업은 기업대로 목적에 충실하게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편적 기본소득이 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조금 심플하게 해결할 수도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모험이나 도전, 그리고 잉여로운 일들을 더 많이 하게 하면 결국 사회적인 문화의 층이 두터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대표님을 만난다고 하니, 일하기 싫을 때가 있냐고 꼭 물어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웃음)

당연하죠!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두 가지 경우가 있겠죠. 일하기 싫지만 기한이 있어 꼭 해야 하는 경우는 참고 해요.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깨끗하게 안 합니다. 일의 속도를 조금 늦추기도 하고, 주말엔 아예 손도 안 댄다 라고 정하기도 하고요. 안 할 땐 확실하게 안 하려고 해요. 그리고 1년 중 무조건 이만큼은 놀겠다 라는 총량도 정해둬요. 그럴 땐 아주 조용하게 놉니다. 완전히 레이더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일할 땐 시끄럽게, 놀 땐 조용하게. (웃음)


지금 도전 중인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상상해 보면, 그 후엔 뭘 하고 싶으세요?

임팩트 투자라는 일에 대해 제가 뭔가를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은 없어요. 저는 모든 것을 이어달리기처럼 생각하는 편인데요. 다음에 올 주자한테 제가 좀 더 앞까지 가서 바통을 넘겨줄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또 적당한 시기에 다음으로 풀고 싶은 문제가 보이지 않을까, 그러면 또 그걸 열심히 하게 되겠지 생각합니다. 그사이에는 물론 스키를 좀 타야겠죠. (웃음)


인터뷰에서 제현주님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클릭해서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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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플레이스, 책 표지 사진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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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G205
© 2021 Hey Listen. | letter@heygr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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