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모든 아이들이 고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학교

이지섭 | 어썸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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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들이 영웅으로 태어난다고 믿는 어썸스쿨 대표 이지섭님
*이지섭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어썸스쿨의 대표 이지섭님을 만났습니다. 조금 더 어릴 때 생각해보면 좋았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오랜만에 학창 시절 생각이 났어요. 어썸스쿨의 커리큘럼 중 세상을 자신만의 언어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부분이 특히 와 닿았는데요. 만약 과거의 저에게 하나만 말해줄 수 있다면 전 아마 어른들의 말을 너무 다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말을 할 것 같습니다. 그들도 딱 자기 경험만큼만 세상을 이해하는, 학생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들이라고. 그중 스스로에게 유의미한 것들을 분별하는 연습을 해 나가면 좋겠다고요. 청소년들 고유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어썸스쿨과 지섭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 주세요!




어썸스쿨은 어떤 일을 합니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진로 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에 저희를 불러 주시면 소속 청년 강사 분들이 나가서 학생들을 만납니다. 그 시간에 저희가 설계한 커리큘럼의 교육을 진행하게 돼요. 커리큘럼은 크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 가치를 만드는 과정 세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지금은 각각 진로, 인공지능 트렌드, 기업가 정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요. 선생님들 입장에서 쉽게 고르실 수 있도록 붙인 이름이에요. 선생님들이 직접 하려면 추가적인 부담이 너무 많이 드는데, 그래도 학생들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주제들이에요. 저희는 그 부분을 더 잘 채우기 위해 고민하는 팀입니다.


요즘은 학교 과정 중에 ‘진로’라는 시간이 있는 것 같더군요. 어썸스쿨의 ‘진로’ 교육은 어떤 건가요?

보통 진로라고 하면 어떤 학과에 진학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많이 떠올리죠. 돌이켜보면 학교 다닐 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경험을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어떤 관계는 힘들어하는지 천천히 생각해볼 여유와 시간이 없어요. 처음으로 자신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점이 대체로 늦죠.
저희는 자신의 사소한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고 거기에 집중해 보는 과정을 함께 합니다.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부모님, 친구들, 사회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얼 원하는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요. 짧은 시간 이렇게 한다고 엄청난 것을 발견하지는 못 해요, 당연히. 하지만 어른들 중 누군가 그걸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걸 느끼는 경험에서부터 많은 것들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어요.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왜 중요한가요?

보통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언어로 정의된 세상을 주입받게 되죠.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좋은 대학, 좋은 학점, 자격증, 취업, 결혼. 이 코스에서 이탈하는 것이 금기처럼 느껴지잖아요. 저도 지금은 고등학교 대신 검정고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죠. 세상이 어떻다, 라는 걸 자신의 관점과 언어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요. 다양한 삶이 있고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급변하는 세상을 주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썸스쿨을 통해 변화를 보인 학생 중 기억나는 사례가 있나요?

저희 커리큘럼 중 욕구 발견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어요. 무엇이 됐든 14일 동안 꾸준히 해보는 건데요. 뭐든 해 보고 싶은 것을 골라서 하는 겁니다. 보통 고등학교 시기엔 해야 되는 것만 하게 되잖아요.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2주만 하고 싶은 걸 해 보면서 자신의 욕구를 더 잘 이해해 보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예요.
참가한 친구 중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의욕도 없어서 대학 진학도 하고 싶지 않았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영상제작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너무 재미있어하면서 불타오른 거죠.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졌다면서 한예종 영상학과에 입학하더군요. 그다음 해에 대학생이 되어 저희 어썸스쿨 연말 행사에서 사회도 보고, 지금은 청년 강사로도 일해요.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어썸스쿨의 프로그램을 히어로스쿨이라고 부르시죠? 왜 히어로스쿨인가요?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의미의 히어로는 아니에요. 저희가 표현하고 싶은 건 아이들마다 고유의 잠재력이 있다는 저희의 믿음이에요. 히어로들도 각기 다른 초능력이 있잖아요. 아이들 제각각이 자신만의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발현해 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미의 이름입니다.


지섭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중학교 때까지는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다 하며 살았어요. 춤도 열심히 추고 게임도 정말 많이 했고요. 승부욕이 강해서 자전거 경주를 하다 사고가 나서 수술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가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성적에도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극단적인 편이라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다 차단하는 방식으로 살았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PC방도 고등학교 땐 한 번도 가지 않았죠. 그래서 제 고등학교 때 사진을 보면 눈에 띄게 생기를 잃었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그렇게 잘했던 것도 아닌데. (웃음)


히어로스쿨에선 각자의 재능을 발견합니다. 돌아보면 지섭님의 재능은 무엇이었나요?

어떻게든 팀을 짜고, 그 팀으로 뭔가를 달성해 내는 능력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배구 수행평가를 한 적이 있어요. 누가 봐도 외인구단 같은 멤버들로 팀을 짜서 우승을 했어요. 각자의 장점을 알아보고, 그걸 잘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의 협업을 기획하는 일을 좋아하고 조금은 재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는 특히 반장도 많이 했고요.


창업가의 기질과 닿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창업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전기공학을 전공했는데 교내에 공대생들이 주로 참가하는 대회가 있었어요. 제품을 개발해서 출품하는 대회였죠. 대회 준비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거였어요. 이대로 학부 졸업해도 다르지 않겠다고 느꼈죠. 그때 함께 대회에 나왔던 다른 팀의 아이디어가 좋아 보였고, 그 팀에 함께 창업을 제안했죠. 그런데 정작 당사자가 취업을 했다면서 아이디어는 그냥 쓰라고 하더라고요. 반려동물 관련 IoT 제품 아이디어였는데, 그렇게 첫 창업을 시작했죠. 


결과는 어땠나요?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재주가 없으니 만들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꾸렸어요. 열심히 설득했죠. 그리고 창업 관련 대회를 알아보고 처음으로 사업기획서라는 것도 써 봤어요. 다른 팀에서 20장 정도를 쓰면 저는 80장 정도를 써서 들고 갔어요. 시작은 좋았어요. 지원 사업에서 7,000만 원 상금도 받아서 1년 열심히 했죠. 결국은 실패했어요. 제가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게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그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니 조금만 힘든 상황이 생겨도 의지가 생기지 않았어요.


그 직후에 아주 힘든 시기를 겪으셨다고요.

그 무렵 창업에도 실패하고, 4년 만난 연인(지금의 아내)과도 헤어졌어요. 그리고 무릎 수술도 받았고요.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꼼짝없이 방에 누워 있어야 하니 더 우울했죠. 회복하자마자 바로 아무 계획 없이 부산엘 갔어요. 터미널에 내렸더니 지하철 한 정거장이면 절에 갈 수 있더라고요. 무턱대고 올라갔죠. 지오디의 길을 들으면서. 거기서 스님과 차 한 잔을 하게 됐어요. 스님께 왜 출가하셨냐고 물었더니 ‘앞에 계신 분을 만나려고’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어요. 절에 있는 방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까 저와 차를 마시던 그 순간을 그 스님은 인생으로 여기는구나 싶었어요. 온전히 그 순간만을 놓고 보면 그게 스님의 인생이니까 그렇게 대답하신 거구나 하고. 그때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때 어썸스쿨 전신인 교육 커뮤니티 모집글을 보신 거군요.

네 맞아요. 절에 다녀오고 얼마 안 있어 페이스북에서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라는 문구와 함께 청년 교육자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봤어요. 가슴이 뛰더라고요. 청년들이 모여서 새로운 교육을 연구하고 실험적 모델을 학교에 적용해 보자는 내용이었는데, 운명처럼 그 첫 학교가 제 모교였어요. 바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코어 멤버가 됐죠.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제 안 어딘가 계속해서 교육과 관련한 문제의식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엔젤투자를 받고 초기에 교육철학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셨다고요. 왜 그랬나요?

공동창업자이자 전 대표인 필이 한 이야기가 있어요. 아파트를 높게 지으려면 땅을 파는 게 중요하고 오래 걸린다고요. 그러고 나면 지어 올리는 속도는 빠르다고. 저희의 교육철학을 만들어 두는 게 길게 보면 중요했던 거죠. 여전히 그 철학을 잘 활용하고 있고, 그게 방향성의 기반이 되어 줘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벌써 1,500개가 넘는 학교, 1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앞으로의 어썸스쿨은 어떤 모습이 되길 바라나요?

최근 몇 년 동안은 미래를 잘 그리지 못하다 요즘 다시 그리게 됐어요. 코로나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고, 학교는 가장 많이 변하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저희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잘 이식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어요. 잘 된다면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꼭 한국만 아니라 아시아의 비슷한 문제를 가진 나라들로의 확장도 고려할 수 있고요. 대면이 어려워진 시기를 기회로 만들어 더 확장성 있고 변화를 빠르게 일으킬 수 있는 어썸스쿨을 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지섭님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클릭해서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

스티브잡스를 좋아하는 섭스입니다!

공통적인 영웅 탄생의 공식이 있다?

저희는 정말 “찐” 엔젤투자를 받았어요.

대표가 되면서 힘들었던 점들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요!


어썸스쿨을 응원하고 싶다면?

어썸스쿨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커리큘럼을 확인한다.

주변에 어썸스쿨의 교육이 필요할 것 같은 주변 지인에게 널리 알린다.



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플레이스, 어썸스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