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청각장애인 소통의 통로가 되어 주는 실시간 자막 서비스

윤지현 | 소보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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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들의 소통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자막 서비스를 운영하는 소보로 윤지현님
*지현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의 소통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운영하는 소보로의 대표 윤지현님을 만났습니다. 대학교 수업의 한 프로젝트가 실제 제품이 되어 나오는 과정을 쭉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쪽에선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해 가는데, 그 기술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요. 전국에 자막이 흐르는 날을 꿈 꾸는 소보로와 지현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주세요!




소보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소보로는 청각장애인 분들의 소통을 위해서 인공지능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나 태블릿에서 소보로를 실행하고 마이크를 통해 음성이 입력되면 그 내용이 실시간 자막으로 화면에 뜨는데요. 학교 수업, 온라인 강의, 직장생활에서의 모여 있는 회의, 공공서비스, 병원에서의 상담 등 소통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소리를 보는 통로’를 줄여서 소보로인데요. 빵 때문에 검색 순위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웃음) 회사 아이템을 생각하고 가족 채팅방에 올렸는데 어머니께서 바로 ‘소리를 보는 통로 소보로’ 어떠냐고 쓰셔서 이거다 하고 정했습니다.


머니께서 능력자시네요. (웃음) 소보로는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자막 서비스인데요. 음성 인식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나요?

인식의 정확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개선될 거고요. 그러다 보니 일상으로 유입되는 속도도 빠릅니다. 요즘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있는 집도 많고 냉장고에 스피커가 붙어 있기도 해요. 음성 인식과 더불어 AI 발전도 가속화될 거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술들이 정말 필요한 모습으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고민하는 역할은 결국 저희처럼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조직의 몫인 것 같아요. 그 고민이 깊어질 때 정말 강력한 제품이 나온다고 믿고요. 강력한 기술들을 필요한 곳에 잘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소보로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현재 약 300곳의 기관에 청각 편의 기기로 등록되어 있어요. 올해는 약 200명가량의 초중고 청각장애 학생들이 교육청의 지원으로 기기를 받아서 온라인 개학 때 활용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의 경우 자막이 없는 경우도 많고, 소리가 조금 들리는 분들도 기계음이다 보니 육성보다 발음 분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한쪽에 영화 자막처럼 띄워서 강의를 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개학을 해서도 책상에 태블릿을 두고 선생님이 마이크를 착용해서 자막을 함께 보며 수업을 듣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회의실 가운데에 태블릿을 두면 자막을 통해 회의 내용을 볼 수 있어요.

사용하는 분들의 반응을 직접 보신 적도 많으실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한 고3 학생의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미팅을 가진 적이 있어요. 집 안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가고 싶은 대학의 리스트가 쭉 적혀 있더라고요. 하루에 3-4시간씩 쓰면서 수업을 듣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었어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저희 제품을 잘 써 주시는 분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건축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던 분도 기억이 나요. 그분 같은 경우는 공부를 하는 3년 동안 아버지께서 모든 수업 내용을 타이핑해 주셔서 그걸 보며 공부했던 분이었어요. 아버지께서 먼저 알고 저희를 찾아오셨는데 저희 제품을 가지고 저희가 하는 만큼이나 많은 테스트를 하시고는 따님께 써 보도록 추천을 해 주신 거죠. 그 후로 따님도 몇 년 동안 쓰면서 많은 피드백을 주셨어요. 그분은 직장인이신데, 피드백 중 하나가 학창 시절에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쉽다는 내용이었죠. 교육 분야 진출을 확실히 마음먹게 된 계기 중 하나였어요.


학생들이 소보로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료는 학교에서 지불하나요?

학생들의 경우는 주로 교육청이나 대학교의 장애 학생 지원센터에서 구매해서 학생별로 계정을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직장의 경우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 장애인 고용공단에서 구매하여 보조 공학기기 지급 사업의 일환으로 근로자 분께 제공하시고요. 회사에 신청하시면 써 보실 수 있어요.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코딩을 공부했는데요. 재밌었어요. 2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에 친구들과 아침 6시에 모여서 공부한 게 시작인데요. 물론 오래 가진 못했죠. (웃음) 2학년 정규 과목에 코딩이 있어서 아주 기초적인 걸 배웠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소프트웨어가 다 이런 것으로 구성이 되는구나, 정말 강력한 도구인 것 같다는 생각 정도를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진로를 IT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창의 IT 융합 공학과라는 복잡한 이름의 전공을 선택하고 창업 프로젝트 수업을 들으면서 소보로가 시작되었어요.


구체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낼 때 웹툰이 도움이 됐다고요.

네, 네이버의 나는 귀머거리다 라는 웹툰인데요. 작가님이 청각장애인으로서 겪은 일상 에피소드들이 많이 담겨 있어요. 그중 하나가 작가님이 대학교에서 장애 학생 지원센터에 찾아가서 속기와 타이핑을 지원받았는데 너무 좋으셨다는 이야기였어요. 보통 학교마다 수어 통역사나 속기사가 계시기도 하고, 아니면 학생 도우미라고 해서 자원봉사나 근로 장학생으로 수업 때 옆에서 타이핑을 해 주는 분들이 계시기도 해요. 속기나 타이핑 지원을 받으면 수업 때 바로 옆에서 타이핑을 해주니까 교수님이 하는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있고, 농담까지 다 적어 주니 다른 학생들과 같은 타이밍에 웃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소보로의 초기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도우미가 주변에 없는 상황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본격적인 법인화를 고민할 때 소풍 벤처스의 한상엽 대표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고요?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 지원하면서 한상엽 대표님을 멘토로 만났어요. 소보로에게 있어서는 정말 귀한 만남이었죠. 그때는 제가 법인 설립 전이라 실제로 사업화를 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하던 때였는데요. 한상엽 대표님이 우선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빼놓고, 정말 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잘 생각해보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하고 싶다고만 결론을 내준다면, 그다음에 해결해 나가야 하는 많은 문제들은 외롭지 않게 함께 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게 결정적인 한마디였어요. 대표님과는 계속 연락하면서 잘 지내요. 특유의 개그코드가 있으신데 그것도 저랑은 잘 맞고요. (웃음)

그리고 곧이어 또 중요한 분을 만나셨다고요.

소풍 벤처스가 입주해 있었던 카우앤독에서 일하면서 지금의 CTO이신 최승만님을 만났어요. 바로 저희 멤버로 모시게 됐죠. 이제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제가 수업 결과물로 만들었던 낮은 완성도의 프로토타입을 실제로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구현해 주신 장본인입니다. 저는 개발 실력이 좋지는 않아서 지금도 제품은 저희 팀에서 다 만들어주고 계세요. 그 후로도 계속 좋은 분들이 합류하셔서 지금은 12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소보로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소풍 벤처스에서 첫 투자를 받고 나서 감사하게도 디쓰리쥬빌리에서 후속 투자를 해 주셨어요. 그러면서 좀 더 자유롭게 다음을 상상할 수 있게 됐죠.
우선 소보로는 ‘청각장애인 분들의 일상에서 소통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함께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계속 운영할 겁니다. 가족들과 얘기할 때, 수업을 들을 때, 직장에서 일할 때 소통이 필요한 순간은 늘 있죠. 전국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자막이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앞으로 전국의 교육청 단위로 모든 초중고 학생들에게 배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미션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최근에 typeX라는 서비스를 새로 런칭했는데요.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음성 파일을 업로드만 하면 다음 날 메일함으로 전체 음성을 텍스트로 정리하여 보내 드리는 서비스예요. 콘퍼런스를 녹음하시거나 헤이리슨 같은 인터뷰를 글로 옮겨야 할 때 매우 유용하죠. 인공지능이 글로 받아 적고 나서 속기사 분들의 검토를 한 번 거치는 과정을 통해 정확도도 확보했습니다. typeX처럼 소보로에 적용된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추가 비즈니스 모델들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지현님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

교육용 제품은 최대한 세심하게 설계했어요

법인 세우면서 청각장애인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 이야기를 이 분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대학 때 ‘행복한 거울’이라는 프로젝트도 해 봤어요

소보로를 응원하고 싶다면?

자막 서비스가 필요한 주변 지인에게 소보로를 추천한다

회사나 학교에 소보로 서비스를 요청한다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해야 할 때 typeX를 적극 활용해 본다



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플레이스, 소보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