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국내 최고 친환경 비누, 발달장애인이 만듭니다

노순호 | 동구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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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고체 화장품 및 생황용품을 만드는 동구밭 대표 노순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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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발달장애 사원들과 함께 친환경 고체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만드는 소셜 벤처 동구밭의 노순호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팀의 미션을 밑바탕에 두고 의사결정을 해 나가다 보니 남들이 가지 않을 도전을 하게 됐고, 결국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동구밭과 노순호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 주세요!




동구밭은 어떤 회사인가요?

동구밭은 2015년에 창업한 소셜벤처입니다.
처음 시작할 땐 발달장애인 분들 대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어요.
발달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텃밭에 함께 모여 농사를 짓는 컨셉이었죠. 그래서 이름도 동구밭이 됐고요. 2017년에 고체 형태의 화장품 및 생활용품 제조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22명의 발달장애 사원을 채용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수의 화장품사나 호텔/리조트 등 다양한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고, 앞으로 PB브랜드도 만들면서  매출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발달장애 사원 채용을 계속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업모델을 완전히 바꾸신 건데,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처음엔 프로그램의 형태가 고용보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업의 형태로 문제에 접근할 거라면 결국 매출 기반의 고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것이 팀의 결론이었어요. 문제에 접근하면서 생각보다 발달장애인들의 고용 환경이 어떤 의미에서는 열악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직접 고용하는 모델을 꾸려나가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구밭’이 지금의 사업에도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름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발달장애인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회사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꼭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동구밭엔 어떤 제품들이 있나요?

처음에 비누 제조로 시작해서 비누만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다양한 고체 타입의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어요. 천연 비누, 고체 샴푸바와 린스바, 고체 설거지 세제, 입욕제 등이 있어요. 최근에는 식기세척기용 세제와 세탁기용 제품도 기획 단계에 있고요. 식기세척기용 세제는 요즘 수요도 늘고 있고 대부분 유럽산을 쓰고 있는 시장이라 기대되는 제품 중 하나입니다.


발달장애인 사원들을 가꿈지기라고 부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CP(Cold Process)라고 부르는 주력제품이 있는데 이 제품은 오늘 만들어도 당일에 바로 제대로 완성됐는지 확인할 수 없어요. 12-24시간 기다려야 하죠.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며 만드는 과정입니다. 저희는 이런 제조과정이 농작물을 수확하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꾼다'는 표현을 썼어요.
‘가꿈'이라는 단어가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어요. 꿈을 더한다는 뜻도 되고, 몸과 마음을 가꾼다고 할 때 쓰기도 하고요. 동구밭을 가꾼다는 의미도 있고요. (웃음)


발달장애 사원들의 근속연수를 중시하시죠. 2016년 이후로 발달장애 사원 퇴사율 0%를 기록 중이고요. 어떻게 가능했나요?

저희 팀에 대해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내용입니다. (웃음) 국가 통계를 보면 지적 장애를 가진 분들 평균 근속 기간이 11개월로 1년이 안됩니다. 자폐성 장애의 경우는 훨씬 더 짧고요. 저희 팀의 발달장애 사원, 비장애 사원 모두 열심히 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이야기가 잘못 전해지면 어떤 발달장애인들이든 모두 수용하고 오래 다닐 수 있게 해 준다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저희는 매출 기반으로 고용을 해 나가는 기업이다 보니, 분명 저희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것이 있어요. 저희 조직문화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해서 뽑고, 들어오시면 최대한 오래 다닐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왜 동구밭 발달장애 사원들은 계속 일할 수 있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근로여건이나, 조직문화를 고민하기도 하고 팀원 분들의 노력도 많이 있는데요. 그렇다고 저희가 뭔가 엄청난 복지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요즘 복지 좋은 회사들은 너무 많잖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흔히 사람들이 기본적인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누린다는 것에 감사해하세요. 아침에 눈 떠서 가서 일할 곳이 있고, 일을 다 하면 보상이 따르고, 그 보상으로 맛있는 것을 먹고 선물도 사고 하는 거요. 아직 사회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누리기 아주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발달장애 사원들이나 그들의 부모님들이 이 점을 고맙다고 해 주시는데, 그걸 고마워해 주시니 저희가 감사해요.
오래 일한 분들을 보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느껴져요. 누군가에게는 안 느껴질 만큼 미묘하고 사소한 변화들인데요. 예를 들면 인사를 아예 안 하던 분이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든가 하는. 사회생활을 처음보다 조금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되시는 거죠. 그런 변화를 볼 때 제가 받는 울림이 커요. 저희 비장애인 사원들 중에는 그 변화를 보며 즐거워하실 수 있는 분이 오래 다니시는 것 같아요.


첫 창업부터 시작하면 7년 정도 되셨습니다.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의 시각 중 달라졌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까?

제가 감히 그런 큰 이야기를 논할 자격은 없지만, 그 간 정리된 제 생각 정도는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존재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많이 알아주셨으면 해요.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마치 모든 발달장애인들이 취업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요. 빨리 기술 가르치고 최대한 많이 취업시키고. 이렇게 현실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두 번째는 위와도 이어지는데, 발달장애인들에게 좋은 직장이 뭐냐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깊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돈을 많이 주고 복지가 좋으면 좋겠죠. 그런데 그렇다고 다들 오래 일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 명이라도 채용이 됐을 때 그들을 얼마나 오래 일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사회가 좀 더 중요하게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이를 인정해 주는 제도나 문화가 생겨야 기업들도 더 깊이 고민을 하고, 문제 해결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해요.


동구밭은 발달장애인 문제와 관련하여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여러 주체들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저도 전문가가 아니고, 지금도 훌륭하게 하고 계신 곳들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아요. 크게 보면 학교, 복지관, 기업이 있을 수 있는데, 각 주체가 고유의 영역을 잘 정의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봐요. 학교의 경우는 직업 기술보다는 다양한 업무상황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결국 발달장애인들이 일을 하게 되는 환경은 비장애인들이 고객으로 있거나, 팀 동료로 있는 상황일 텐데요. 그 상황에서 잘 지낼 수 있는지가 일을 하는데 기술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라고 봐요. 비장애인 친구들이 생기도록 돕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결국 본인들의 비즈니스와 문화에 맞는 발달장애 사원들을 채용해서 함께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하겠고요. 복지관의 경우는 기업에서 일하기 어려운 분들을 많이 수용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분들을 굳이 복지관에서 품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말 그대로 안전망의 역할을 더 잘해줄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창업자들이 꺼려한다는 제조업을 택했고, 발달장애 사원을 고용하셨습니다. 게다가 아이템은 비누고요. 아마 이런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모두가 말릴 것 같은데요. 어떻게 나온 아이템인가요?

창업을 하겠다 라는 생각으로 일반적인 시장 논리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합이죠. (웃음) 창업자인 제가 돈이 없으니 당연히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데요. 저희는 투자자들이 꺼려하는 모든 것을 조합한 것이나 다름없어요. 제조업인 데다 매출에 따라 고용을 늘이겠다고 했고, 시장도 매력적이지 않고요. 그런데 사실 동구밭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저희 입장에서는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아이템이었어요.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시장에서 1등 할 가능성도 좀 있다고 봤고요. 무엇보다 발달장애 사원들이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봤죠. 그리고 매출이 늘면 자연스레 고용이 따른다는 것도 저희에게는 매력적이었고요. 일자리를 꾸준히 늘려갈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그걸 검증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22명이니까 아직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요. 


숫자로 이미 많은 것들을 증명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웃음) 추후 계속해서 발달장애인들의 고용을 늘려가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요?

예전에는 무조건 제조와 납품만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 외에는 부차적인 것으로 봤고요. 그런데 회사가 커지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들어와 의견을 내면서 회사 전체의 관점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브랜드 성장이나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고용 기회를 열어 놓고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지방에도 공장을 만들어서 지방의 발달장애 사원들을 채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어떤 시점에든 늘 고용에 유의미한 길들을 선택해 나가려고 해요. 


앞으로 사람들이 동구밭의 제품들을 경험하면서 떠올렸으면 하는 것들이 있나요?

발달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회사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객에게는 ‘고체 타입의 제품은 동구밭에 가면 답이 있어'라는 믿음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언젠가 온오프라인 매장에 친환경 솔리드 제품만 다루는 매대가 생겨서 거기서만 쇼핑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생기면 좋겠다는 희망도 있고요.
동구밭이 언제 망할까 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비누를 못 만들거나 못 팔아서 망할 것 같지는 않아요. 고객들이 봤을 때 저희가 더 이상 발달장애인 문제에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그때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될 거라고 확신해요. 그건 저희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이고요. 계속해서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은 깊이 간직하고 있으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노순호님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클릭해서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

#동구밭의 이야기,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또 이분?)

#고체 샴푸바, 사용감은 어떨까?

#동구밭, 비누 말고 다른 아이템도 생각했었다!

#동구밭은 어떻게 비누를 만들까요?

#제조업을 하니 이런 때 뿌듯해요!


동구밭을 응원하고 싶다면?

방법1. 동구밭 스토어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방법2. 제조사가 동구밭인 제품들의 좋은 후기를 쓴다.

방법3.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플레이스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G205
© 2021 Hey Listen. | letter@heygr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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